H200은 최신 AI 가속기인 ‘블랙웰’ 시리즈보다 한 세대 전인 작년 제품이다. 하지만 중국 수출용으로 사양을 대폭 낮춰 판매해 온 ‘H20’보다는 성능이 여섯 배가량 높은 제품이다. 업계에선 고성능 AI 가속기를 찾는 중국 기업이 상당한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약 25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엔비디아 AI 가속기의 중국 판매가 늘어나면 HBM을 끼워 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혜를 누리게 된다. 일단 H20에 들어간 4세대 제품(HBM3)보다 비싼 고성능 제품(5세대 HBM3E)이 장착된다. HBM4는 내년에 양산되는 만큼 현재 기준 가장 높은 사양의 HBM이다. HBM이 AI 가속기 원가의 1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중국에서만 수조원 규모의 HBM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곳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뿐이다. 이 중 70% 이상을 한국 반도체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 AI 기업이 H200 수입 허용을 계기로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서면 서버용 D램, 낸드플래시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기대만큼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엔비디아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중국이 AI칩 자립에 바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24%였던 중국의 AI칩 자급률은 2027년 82%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도 자국산 이용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화웨이의 자체 AI칩인 ‘어센드’는 과거 삼성 등으로부터 HBM을 조달했지만, 지금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HBM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XMT는 내년 HBM3, 2027년 HBM3E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H200 수입을 허용해도 자국 반도체산업 보호를 위해 쿼터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엔비디아가 중국에 판매한 H200 매출의 25%를 미국 정부에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을 고객사에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HBM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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