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생과 인구감소는 일본, 유럽, 미국, 한국을 포함한 모든 선진국이 직면한 공통 과제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꾸며, 경제성장의 패턴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에서는 정년 연령을 높이고 연금 수급을 늦추는 개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은 프랑스의 연금개혁 반발 사례처럼 정권을 흔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는 이 과제를 더 이상 미루며 회피할 수 없다.
단순히 정년을 연장하고 연금 지급을 늦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건강수명 연장, 유연한 고용제도, 사회인의 재교육, 직무 중심의 임금 및 고용제도의 보급이 필요하다. 외국인 노동력 활용과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수용 체제의 준비도 중요하다. 그러나 인력 공급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AI, 로보틱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일본은 인구감소로 여성과 고령자의 노동 참여가 빠르게 확대되었다. 여성의 취업률은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고 고령자 역시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점차 한계가 드러난다. 고령자와 여성 인력을 감안해도 여유 인력이 줄어들고 인력 부족은 심화되고 있다. 2030년에는 일본에서 약 700만 명 규모의 인력 부족이 예상되며 이는 경제 전체의 성장 잠재력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인력 부족은 산업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기업 부도가 확대되고 있으며 지방에서는 정부 발주 공공사업에 입찰자가 없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제품 생산과 서비스가 축소되면서 일본 전체적으로 어떤 사업과 서비스가 남고 어떤 분야가 소멸될지 어려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외국인 인력을 계속 늘리는 것도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한계로 인해 쉽지 않다.
따라서 일본 경제의 지속 성장은 AI와 로보틱스 활용에 달려 있다. 일본 정부는 피지컬 AI 개발을 통해 로봇이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목표는 AI가 다양한 실제 환경과 과제에 대응하며 인간과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차세대 AI 모델 개발(다양한 모델의 융합과 추론·판단력 강화). 둘째, AI와 신체기능 시스템의 융합. 셋째, 인간에게 안전한 피지컬 AI 시스템 확립 등이 연구개발 방향으로 중시되고 있다. 일본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서 중국·미국만큼 적극적이지 않지만 산업용로봇이나 서비스로봇에 피지컬 AI를 탑재해 응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산업 현장을 혁신하고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은 국제분업을 통한 효율성 제고와 해외 자산소득 확대 전략을 중시한다. 다카이치 내각은 일본 주도의 자유무역협정인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확산 전략과 자산대국화 정책을 유지할 방침이다.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강점을 기반으로 한 국제분업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저출생과 함께 인구감소가 점차 빠르게 진행될 것이며 일본의 선행적 어려움과 개선 시도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인구감소 사회에 대한 비전과 개혁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신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 구조를 강화하면서 AI와 로보틱스, 디지털 기술을 선도하는 동시에 CPTPP 참여 등 국제분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중요하다. 아울러 1조 달러를 초과한 한국의 순대외채권을 더욱 늘리면서 자산대국화를 추진하고 1인당 시간당 생산성과 소득을 확대해 풍요로운 생활 수준을 유지·강화하는 것이 핵심적인 성장전략이 될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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