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단기적으론 H200 주문이 증가한다 해도 중국 빅테크들이 이미 자체 칩을 통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춰 수요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 내에선 "H200을 AI 칩 국산화 전까지 활용하는 임시방편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중국 테크 전문 매체 36kr에 따르면 현지 대기업들은 올해 초 엔비디아에 총 160억달러(약 23조원) 규모의 AI 칩 'H20'을 주문했지만 실제 납품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주문이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길이 열리면서 내년 중 H200 수요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 H200은 H20보다 성능이 6배 더 뛰어나다.
중국 주요 기업들은 규제를 우려해 GPU 투자를 2개 분기 이상 미뤄 온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H200의 실제 수출길이 열릴 경우 내년 중 주문이 몰릴 것이란 얘기다. 중국 국성증권은 "H200 수출 허용으로 중국 데이터센터와 AIDC, 서버, 클라우드 등 전반의 자본 지출이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H200은 엔비디아 최신 칩인 '블랙웰'보다 중국 내 수요를 더 큰 폭으로 증가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H200은 블랙웰 이전 세대 아키텍처인 호퍼를 적용한 칩 중 최고 성능을 갖췄다.
중국 내 한 업계 연구원은 36kr을 통해 "중국 주요 인터넷·클라우드 기업들은 모델 대부분을 호퍼 기반 GPU에 맞춰 개발해 왔는데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아키텍처로 갈아타려면 연산 모듈, 툴체인, 기본 소프트웨어를 다시 짜야 해서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 입장에선 최신 블랙웰보다 H200 수요가 더 높을 것이란 얘기다.
중국 내에선 당장 H200에 수요가 집중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엔비디아 의존도가 계속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빅테크들은 실제 자체 칩을 개발하거나 AI 인프라를 다원화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는 중이다.
중국 경제 매체 제1재경은 텐센트·바이두·360 등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중국 빅테크들이 이미 국산 칩으로 상당 부분 갈아탔다"고 전했다. 텐센트는 실적 발표 당시 "GPU가 현재 충분하다"고 밝혔고 바이두도 "내부 추론 작업의 대부분이 자체 칩인 '쿤룬 P800'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 매체는 엔비디아가 H200을 앞세워 중국 시장을 다시 공략하더라도 그간 성장해 온 중국 생태계가 앞으로 '대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지 업계 관계자도 36kr을 통해 "H200는 중국 고객 입장에서 당장 적용 가능한 실용 칩이지만 국산 칩은 이미 다양한 추론 시나리오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했다.
중국 내에선 이번 H200 수출 허용을 놓고 '기술 격차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정치적 계산'이란 경계심이 높은 상황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H200은 중국용 H20보다 성능이 6배 앞서지만 엔비디아 최상위 라인업과 비교하면 약 18개월 뒤처진 타협안"이라는 업계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복수의 중국 매체들은 H200 수출을 허용하면서 블랙웰·루빈 수출길을 여전히 막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현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H200을 풀어 엔비디아 칩 의존도를 높이고, 중국 내 자체 개발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란 해석이다.
국성증권은 "중국 선두 업체들의 진전 속도를 감안하면 국산 칩이 H200을 빠르게 추격할 수 있다"며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자주적 국산화가 중장기 대체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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