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0일 10: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시장은 반복적인 사이클로 움직인다. 디지털 전환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간 금융권은 클라우드, 자동화, 데이터 분석에 집중했다. 시스템은 좋아졌지만,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기술은 앞서 갔지만, 경험은 뒤처진 것이다. 이제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술을 어떻게 더 잘 쓸 것인가’가 아니라, ‘기술로 어떤 경험을 만들 것인가’다.최근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AX(Agentic Experience)' 개념을 주목하고 있다.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이해하고 적절한 행동을 제안하는 구조다. 투자자는 복잡한 리포트 대신 대시보드에서 자신이 궁금한 것만 물어보고 답을 얻는다. 운용역은 방대한 데이터를 일일이 뒤지는 대신, AI가 정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더 나은 판단을 내린다. 기술이 사람을 중심에 두는 방식이다.
투명성이 신뢰를 만든다
자산운용사의 경쟁력은 더 이상 수익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투명성을 요구한다. 리스크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운용 과정이 일관되게 유지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과거처럼 분기별 보고서를 받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해하고, 필요하면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AX는 이런 요구에 대응한다. 투자자가 보는 화면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는 인터페이스가 된다. 운용역이 내린 판단의 근거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리스크 변동 상황을 즉시 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 기술이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정보를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각 부서는 고립된 시스템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에서 협업한다. 운용팀의 의사결정은 리스크팀과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컴플라이언스 이슈는 즉시 확인된다. 조직 전체가 같은 맥락 안에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뀐다
AX로의 전환은 단순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데 시간을 썼다. 이제는 AI가 그 과정을 처리하고, 사람은 판단과 의사결정에 집중한다.한 글로벌 운용사는 최근 AI 기반 리서치 도구를 도입했다. 운용역은 특정 자산에 대한 시장 동향을 묻고, AI는 관련 뉴스와 데이터를 정리해 요약본을 제시한다. 운용역은 이를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수정한다. 시간은 절반으로 줄었고, 판단의 질은 오히려 높아졌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잘 일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조직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의사결정의 속도가 빨라진다.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의 민첩성이 올라간다. 시장 변화에 더 빠르게 반응하고, 리스크를 더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이클의 전환점에서
금리 변동성이 커지고, 규제가 강화되며, 시장 구조가 빠르게 변하는 지금, 자산운용사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빠른 시스템이 아니다. 투자자와 임직원,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DX가 내부 효율성을 높이는 1단계였다면, AX는 그 위에서 사람과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하나의 경험으로 엮는 2단계다. 기술은 도구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그 도구로 어떤 경험을 만드느냐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전환의 사이클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효율이 아닌 경험이 신뢰를 만드는 시대다. 투자자의 신뢰는 수익률이 아니라 투명한 정보 경험에서 출발한다. 마스턴투자운용이 AX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내는 신뢰와 투명성, 그리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 이것이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이자 전략적인 방법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무엇에 투자하느냐'만큼 '언제 투자하느냐'가 중요하다. 디지털 혁신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AX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AI가 만드는 것은 결국 데이터가 아니라 신뢰다. 그리고 신뢰는 경험 위에 쌓인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AI를 활용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다. 그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미래는 여전히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