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공급된 분양·입주권 거래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서울 아파트 매물이 줄어든 데다 신규 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등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서다.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커진 결과란 분석이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전날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분양·입주권 거래는 모두 132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전체 분양·입주권 거래(1061건)보다도 24.5% 늘어난 수준이다.
분양·입주권 최고가 거래 금액도 한층 높아졌다. 올해 거래된 분양·입주권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곳은 강남구 청담동에 지어진 '청담 르엘'이다. 이 단지 전용면적 111㎡는 지난 15일 90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최고가는 강남구 개포동에 지어진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용 156㎡로 작년 2월 7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거래된 분양·입주권의 신고가 경신도 눈에 띈다. 강남권뿐만 아니라 서울 외곽 지역에 지어진 단지들의 분양·입주권도 신고가를 썼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달 3일 40억원에 팔려 신고가를 썼다. 지난 9월 33억원에 거래된 면적대인데 불과 2달 만에 7억원이 치솟았다. 이 면적대 호가는 51억원까지 형성된 상황이다. 분양가보다 프리미엄(피)이 32억원 붙은 수준이다. 이 단지는 입주자 사전 점검을 마치고 내년 1월 입주를 앞뒀다.
같은 구 오금동에 있는 '송파더플래티넘' 전용 65㎡ 분양권도 지난달 24일 13억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같은 면적대 분양권이 지난 6월 11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5개월 새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중랑구 중화동에 있는 '리버센 SK 뷰 롯데캐슬' 전용 59㎡ 입주권은 지난달 20일 11억8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썼다. 지난 10월 거래된 11억원보다 8000만원 올라 신고가를 썼다. 이 단지는 중화1구역을 재개발한 곳으로 지난 6월부터 입주했다.
강북구 미아동 '엘리프 미아역 2단지' 전용 74㎡ 분양권은 지난달 20일 9억6879만원에 손바뀜하면서 지난해 12월 마지막 거래보다 가격이 올랐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분양·입주권이 주목받는 이유는 먼저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매물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모두 6만634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8만8752건보다 31.68%가 증발했다.
만성 공급 부족인 서울에서 향후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분양·입주권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2096가구다. 최근 5년 평균인 7279가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 가격이 오른 점도 분양·입주권 가격에 영향을 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월 첫째 주(1일)까지 서울 집값은 7.86% 상승했다. 지난해 상승률 4.42%보다 3%포인트 이상 올랐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가뜩이나 모자란 서울 부동산 시장에 신규 분양 물량이 줄어들었고 향후에 신축이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전망, 구축 가격 상승 등으로 분양·입주권 거래와 가격이 뛴 것"이라면서 "신축에 대한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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