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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가지 인생 살았다"던 '자유로운 영혼' 김지미 별세

입력 2025-12-10 14:45   수정 2025-12-11 15:34



1960~1970년대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원로 영화배우 김지미(본명 김명자)씨가 별세했다. 향년 85세.

10일 한국영화인협회 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9일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세상을 떠났다. 최근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돼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1940년 충남 대덕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1957)로 데뷔했다. 서울 덕성여고 재학 중 서울 명동에서 김 감독에게 ‘길거리 캐스팅’을 받은 게 계기다. 당초 미국 유학을 계획했던 고인은 처음엔 이를 거절했지만, 타고난 외모에 매료된 김 감독의 끈질긴 제안으로 배우의 삶을 시작했다. 고인은 생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우연히 김 감독에게 픽업돼 배우가 됐다”며 “당시만 해도 한국영화가 일 년에 한두 편 나올 때였으니 참 행운이었다”고 회상했다.

서구적이고 입체적인 외모에 탁월한 연기력까지 갖춘 고인은 이후 ‘육체의 길’(1959) ‘춘향전’(1961) ‘하숙생’(1966) ‘메밀꽃 필 무렵’(1967) ‘토지’(1974) 등 숱한 영화에서 연기를 선보이며 당대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렸던 문희, 윤정희, 남정희 같은 후배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인기를 얻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공식 기록으로만 3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한 고인은 2017년 “아마 700편 이상 출연했을 것”이라며 “700가지의 인생을 살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은 당대 여성 배우들에게 요구됐던 희생적인 아내, 순종적인 여인, 고결한 모성의 틀을 깬 연기를 선보이며 주체적인 여배우상(像)을 정립했다. 영화 ‘항구 무정’(1970)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고인은 후배 여성 배우들에게 “여배우들은 열심히 노력해 일류가 돼야 한다. 그러면 좋은 배우로 칭호를 받게 되고, 남자와 여자 구별도 없어진다. 여성이 남성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이런 그의 철학은 여성 배우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주연에서 물러날 때에도 스크린을 주름잡는 배우로 오랜 시간 활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60년 넘게 배우로 살며 400여편의 작품에 출연한 고인은 영화제작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1980년대 영화사 지미필름을 설립해 임권택 감독과 콤비를 이뤄 ‘길소뜸’(1986) 같은 수작을 선보였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1987)를 수입해와 이듬해 국내 흥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995년 한영화인협회 이사장, 1999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활동에도 힘썼다. 지난달 경북 영천에 개관한 신성일 기념관 추진위원회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영화예술 발전의 공로를 인정 받아 2015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에 입회했다.

영화계는 생전 고인을 고전 할리우드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에 빗대기도 했다. 이는 대중적 인기와 연기력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 고인의 화려한 연애·결혼사도 한 몫 했다. 1958년 이른 나이에 홍성기 감독과 결혼한 고인은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 홍콩 영화 촬영 중 만난 최무룡과 1962년 간통 혐의로 함께 구속됐는데, 수갑을 찼지만 행복해하는 모습이 화제를 낳았다.1963년 최무룡과 결혼한 고인은 6년 만에 이혼했고, 1976년 7살 연하인 가수 나훈아와 교제 사실을 발표했다. 1991년에는 심장질환 전문의 이종구 박사와 결혼했지만 11년 만인 2002년 이혼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고인은 미국 LA 인근에 거주하며 말년을 보냈다.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 2017년 한국영상자료원 회고전 등을 통해 이따금 관객과 만났다. 고인의 장례는 한국영화인협회가 주관하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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