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검색과 콘텐츠 소비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이른바 '제로 클릭(Zero Click)'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대응해 언론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검색엔진최적화(SEO)를 넘어선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 전략과 독자적인 '1st Party(자사)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제언이 나왔다.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효재)과 뉴스테크 이니셔티브(센터장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지난 10일 서울 정동 미디어교육원에서 'AI 시대 뉴스테크와 비즈(NewsTech & Biz)'를 주제로 공동 기획 연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주요 언론사의 디지털 전략 및 비즈니스 담당자 50여 명이 참석하여, AI 기술이 미디어 비즈니스 모델에 미치는 파급력을 진단하고 실무 중심의 구체적인 해법을 논의했다. 교육은 크게 △광고 및 데이터 테크(News & AD Tech) △뉴스 테크 및 비즈니스 전략(News Tech & BIZ) 두 세션으로 진행됐다.
◆ '쿠키리스 시대, 언론사 데이터 주권 회복해야'…1st Party 데이터와 리테일 미디어
1부 세션에서는 '서드파티 쿠키'의 종말과 광고 시장의 지각변동에 대한 대응책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나경 국민대학교 겸임교수(OVM 이사)는 'AI 시대 디지털 광고 시장 트렌드와 AD Tech 상품' 발표를 통해, 시장이 검색 광고 중심에서 AI 기반의 '발견형 쇼핑(Discovery Shopping)'과 '초개인화 마케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AI가 타겟팅부터 소재 생성, 성과 분석까지 자동화하는 시대에 미디어는 정교한 오디언스 데이터 확보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창희 펄스디 대표는 '퍼스트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고객 AI 기반 추천 서비스와 광고 전략'을 발표하며, 단순 트래픽(PV) 중심 수익 모델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 대표는 "언론사가 보유한 로그인·구독 기반의 고품질 '1st Party 데이터'를 활용해 '오디언스 그래프'를 구축해야 한다"며, 유통·금융 등 이종 산업 데이터와 결합하는 '퍼블리셔 클린룸(Publisher Clean Room)' 전략을 제안했다. 그는 해외 주요 언론사 연합 모델인 '오존 프로젝트(The Ozone Project)'를 예로 들며 국내 언론사 간의 데이터 협력 필요성도 역설했다.
◆ '기계 수용자(Machine Audience)를 잡아라'…Agentic AI와 GEO 전략
2부에서는 생성형 AI가 불러온 미디어 생태계의 근본적 변화와 기술적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김민기 KAIST 경영대학원 원장은 'AI가 불러온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와 대응'에서 단순한 디지털 전환(DX)을 넘어선 'AI 전환(AX)'을 주문했다. 김 원장은 "앱을 통하지 않고 AI 에이전트가 작업을 수행하는 '앱 프리(App-free)' 시대와 'Agentic AI(자율 에이전트)'의 등장은 기존 플랫폼의 중개자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며, 미디어 기업이 가치사슬 전반에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규 블루닷에이아이 대표는 '미디어 기업의 GEO 전략: 생성형 AI 최적화 기법'을 통해 저널리즘의 새로운 독자로 등장한 '기계 수용자(Machine Audience)'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AI 검색과 브라우저 에이전트가 정보 유통의 주도권을 쥐면서 뉴스 사이트 유입이 급감하는 '2차 제로 클릭' 시대가 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그는 △콘텐츠 구조화(Schema Markup)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 구축 △권위(Authority)와 신뢰도(EEAT) 강화 등 구체적인 GEO 실행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며, "AI가 인용하기 좋은 형태로 뉴스 포맷을 최적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플랫폼 매개 없는 'Direct-to-Direct'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지상은 구글코리아 유튜브 파트너십 총괄이 유튜브 내 뉴스 파트너를 위한 최신 데이터 분석 도구와 수익화 기능을 소개하며 영상 콘텐츠 전략 고도화 방안을 공유했다.
각 세션 종료 후에는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김경달 더코어 대표의 진행으로 '라이트닝 토크(Lightning Talk)'가 이어져, 연사들과 참가자들이 현업의 고민을 나누는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행사를 공동 주관한 황용석 교수는 "이번 연수는 AI로 인해 재편되는 미디어 비즈니스 구조를 이해하고 실질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라며, "앞으로도 저널리즘과 기술의 결합을 통해 뉴스 미디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뉴스테크 이니셔티브'는 테크놀로지를 통해 저널리즘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DCRC)가 운영하는 산학 협력 전문가 네트워크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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