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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을 몰랐단 부끄러움에서 시작한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입력 2025-12-10 17:16   수정 2025-12-10 17:23

"소설 <한복 입은 남자>를 읽고 너무 부끄러웠어요. 제가 장영실이라는 인물을 레오나르도 다빈치만큼 알고 있었나 돌아봤더니 그렇지 않더군요. 그 길로 모든 작품을 중단하고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를 만드는 데 올인했습니다."(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겸 프로듀서)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삶을 재구성한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막을 올렸다. 이상훈 작가가 2014년에 펴낸 동명 장편소설이 원작으로,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은 장영실의 생애를 추적하는 팩션(실화와 허구를 섞은 작품)이다.

이번 신작을 선보이는 EMK뮤지컬컴퍼니는 '모차르트!' '엘리자벳' '마타하리' 등 유럽 배경의 뮤지컬에 집중하던 공연 제작사다. 엄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지금까지 전 세계 진출을 목표로 유럽 배경의 작품을 개발했고, '한복 입은 남자' 직전에도 다빈치 이야기를 무대화할 생각이었다"며 "장영실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던 와중에 원작 소설을 읽으며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제작사의 작품 방향성을 뒤바꾼 게 납득될 정도로 흥미롭게 전개된다. 어느 날, 17세기 루벤스가 그린 '한복 입은 남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방송국 PD 진석은 우연히 한 권의 비망록을 건네받는다. 그는 이 문서를 통해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유럽으로 건너가 어린 시절 다빈치를 만나고 그의 예술과 발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는 놀라운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세종의 총애를 받다가 비운의 사건 이후 역사에서 돌연 사라진 장영실이 유럽에서 또 다른 삶을 이어간다는 판타지인 셈이다.

작품에서 모든 배우는 1인 2역을 소화한다. 조선과 현대의 인물을 한 명씩 연기하는 식이다. 장영실과 학자 강배 역을 맡은 배우 박은태는 "장영실이 죽을 때까지 조선을 그리워하며 이탈리아 어느 먼 곳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상상만으로 가슴이 아프고 공감이 된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거부감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과 진석 역의 신성록 배우는 "세종과 영실의 꿈을 보며 관객 스스로 가장 순수하던 때로 돌아갈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과거와 현재, 조선과 유럽을 넘나들며 장영실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추적해나간다. 음악도 대취타, 태평소 등 국악기와 서양 오케스트라가 동시에 연주된다. 유럽의 화려함과 조선의 단아함을 살린 무대를 비교하는 것도 관람 포인트.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는 "조선 배경은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과 여백의 미, 산수화의 번지는 듯한 미학을 재해석해 디자인했다"며 "(이와 달리) 유럽은 지붕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거대하고 이질적인 느낌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장영실과 학자 강배 역은 박은태·전동석·고은성이, 세종과 PD 진석 역은 신성록·카이·이규형이 맡았다. 공연은 내년 3월 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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