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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최재림 "두 남자의 잔혹동화…누가 옳은지 정답 없는게 매력"

입력 2025-12-10 17:15   수정 2025-12-11 00:20


새하얀 진주처럼 영롱한 인도의 타지마할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생경할 수 있다. 8년 만에 돌아온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인 타지마할의 기둥 하나 비치지 않는 어둑한 무대에서 펼쳐진다. 타지마할을 감싸는 순백의 아름다움과 그 이면의 핏빛 살풍경은 오로지 관객의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관객의 상상을 돕는 배우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번 시즌은 이름만 들어도 든든한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고정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다. 연극 ‘햄릿’ ‘헤다 가블러’ 등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이승주(44)와 연극 무대에 다시 도전한 뮤지컬계 스타 배우 최재림(40)을 최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비극이 된 두 친구의 우정
이 작품은 이승주 배우의 표현대로 “한 편의 아름다운 잔혹 동화” 같다. 배경은 1648년 인도. 샤 자한 무굴제국 황제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기리기 위해 22년에 걸쳐 타지마할을 세운다. 여기까지는 역사상 알려진 대로다. 미국 극작가 라지프 조지프는 여기에 타지마할의 탄생 설화를 이어 붙였다. “이보다 아름다운 것은 영원히 만들 수 없다”며 타지마할을 짓는 데 동원된 2만 명의 손목을 잘라버렸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그리고 이 끔찍한 임무는 타지마할을 지키는 황실 말단 근위병 휴마윤과 바불에게 주어진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아름다움을 죽였다”며 죄책감에 빠진 바불과 그를 진정시키려는 휴마윤 사이의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승주는 “연극을 하면서 이번 작품처럼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은 건 오랜만”이라며 “굉장히 잘 쓴 희곡”이라고 말했다. 2017년 초연 당시 휴마윤 역을 맡았던 최재림도 “대본 자체가 굉장히 선명해 초연 때부터 욕심을 많이 냈다”며 “연기를 조금 더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했다.

두 주인공은 죽마고우지만 성향은 정반대다. 휴마윤은 한 치의 오차 없이 규율을 따라야 직성이 풀리고, 바불은 질서보다 자유를 추구한다. 최재림은 “초연 때는 딱딱한 목소리로 원칙주의적인 휴마윤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이런 인물에게도 아름다움과 자유를 향한 갈망이 있다는 것을 함께 표현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승주는 “바불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아 오히려 맑은 눈으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며 “편협하지 않은 시야로 세상을 계속 궁금해하는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두 인물은 한 사람일 수도”
두 인물은 모순된 내면을 동시에 품은 ‘하나의 존재’로 읽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마치 주머니 어딘가에 사표를 간직한 채 오늘도 묵묵히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현실에 순응하면서도 자유를 갈망하는 단일한 존재라는 것이다. “신유청 연출이 연습 때 많이 한 말처럼 두 사람은 결국 한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규율밖에 모르는 것 같은 휴마윤의 마음속에도 다른 영혼이 있으니까요.”(최재림) “휴마윤과 바불은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본질적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존재죠.”(이승주)

이번 공연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뮤지컬 무대에서도 좀처럼 듣기 어려운 최재림의 즉흥 허밍이다. 피 묻은 옷을 벗는 바불에게 휴마윤은 위로의 멜로디를 들려준다. 이승주는 바불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가끔은 재림이 노래를 더 듣고 싶어서 옷을 천천히 입어야 하나 싶다”며 웃었다.

이 작품은 아름다움을 넘어 더 많은 가치에 대해 말한다. 권력과 양심, 우정과 신념 등 서로 충돌하는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다. “작품은 정답을 주지 않아요. 거기서 많은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같은 걸 바라보지만 접근하는 방식은 다른 두 인물을 보여주며 ‘그래서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래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죠. 공연을 함께 본 친구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최재림)

공연은 내년 1월 4일까지.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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