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치아, 치과 오지 마세요. ‘이것’만 해도 꽉 잡힙니다.” “의사가 바라본 최악의 지루성 두피염 치료법, 딱 3개월만 드셔보세요.”최근 SNS에서 확산한 이 광고 속 ‘S대 출신 전문의’는 실제 인물이 아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든 딥페이크 가상 전문가다. 명문대 출신 의료인을 내세워 식품·의약품 효능을 과장하는 광고가 기승을 부리면서 건강 정보에 취약한 노년층을 중심으로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
10일 정부는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7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AI 등을 활용한 시장 질서 교란 허위·과장광고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허위 광고의 조기 차단과 책임 강화다.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1월 시행되는 ‘AI 기본법’에 담길 예정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AI 생성물 표시제’를 통해 AI로 제작·편집한 사진 및 영상을 게시할 때 이를 명확히 알리도록 했다. 표시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표시 의무 준수 여부를 관리할 책임이 부여된다.
허위·과장 광고가 유통될 경우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된다. 방미통위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식품·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 위반이 잦은 분야를 서면 심의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심의 요청 후 24시간 이내 신속 심의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 중인 패스트트랙 심의도 현행 마약류에서 관련 품목까지 확대한다. 긴급 상황에서는 방미통위가 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플랫폼에 긴급 시정 요청을 내려 선제 차단할 수 있도록 한다.
위법성 판단 기준도 명확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식약처는 광고 속 추천자가 가상 인간임을 밝히지 않으면 부당한 표시·광고로 보고, AI로 구현한 의사·전문가가 특정 식품 또는 의약품을 추천할 경우 소비자 기만 광고로 규정한다.
처벌도 대폭 강화한다. 방미통위와 공정위는 악의적 허위·조작 정보 유통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다. 허위·과장 광고의 과징금도 상향한다. 식약처와 한국소비자원은 감시·적발을 강화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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