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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을 시도하는 일본 휴머노이드[테크트렌드]

입력 2025-12-25 10:49   수정 2025-12-25 10:50


사람처럼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알린 것은 일본 기업이었다. 한동안 중국 휴머노이드가 대거 등장한데 반해 일본 휴머노이드 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기업들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 중국 기업들이 이끌고 한국 기업들이 추격 중인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에 일본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향후 휴머노이드 시장의 경쟁 구도는 4개국 중심으로 형성될 조짐이다.
휴머노이드 기술 강국이었던 일본
일본은 과거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을 선도했다. 1973년 와세다대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와봇-1(WABOT-1)은 인간형 로봇의 구현 가능성을 보여줬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혼다 등 다수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휴머노이드를 개발했다. 특히 혼다의 아시모(Asimo)는 두 다리로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는 최초의 휴머노이드로 크게 주목받았다.

혼다는 아시모를 통해 장애물을 회피하는 보행,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이르는 다양한 연구 성과를 과시했다. 1990년대에는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가와다(Kawada) 등 다양한 연구기관, 기업들이 산업·연구용 휴머노이드 플랫폼인 HRP 시리즈와 NEXTAGE 등의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보행·조작·제어 기술을 발전시켰다. 2014년에는 소프트뱅크가 가정용 및 사무실용 휴머노이드인 페퍼(Pepper)를 출시해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은 일본이 아닌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애질리티로보틱스(Agility Robotics)와 앱트로닉(Apptronik)은 물류창고, 공장 등에서 사용될 수 있는 작업용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Optimus) 공개를 계기로 상용화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개발에 대한 관심은 한층 커졌다.

중국 기업들의 상용화를 염두에 둔 개발 경쟁은 더욱 공격적이다. 유비텍(UBTECH), 유니트리로보틱스(Unitree Robotics), 아지봇(Agibot) 등 150여 개 기업들이 피지컬 AI를 탑재한 다양한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고 일부는 현장 실증을 실시했다. 유비텍 등 일부 기업들은 공장·물류 등 실무 환경에 맞춘 모델의 납품을 이미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중국 기업들의 치열한 개발 경쟁이 시장의 관심을 받는 동안 일본 기업들의 휴머노이드 기술은 소외되었다. 잇단 대기업의 개발 포기와 스타트업 육성 기반 부족 등으로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 유망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선진국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
개발 가속화를 위한 협력체 구성
2025년 8월 일본 전자부품 및 반도체 기업들이 연합해서 ‘교토 휴머노이드 어소시에이션(Kyoto Humanoid Association)’이라는 개발 협력체를 설립했다. 12월 현재 협력체에 참여한 파트너는 와세다대, 무라타제작소,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스미토모중공업, 마부치모터 등 총 13개에 이른다. 휴머노이드 연구의 선구자인 와세다대가 전체 설계를 총괄하고 일본 대표 기업들이 각각의 강점을 살려 휴머노이드 전용 부품의 개발과 공급을 맡을 예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르네사스는 AI 반도체와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담당하고 스미토모는 로봇의 근육, 관절 역할을 하는 정밀 감속기와 액추에이터 개발, 공급을 책임진다. 무라타제작소는 로봇의 균형을 잡는 자세제어센서와 통신모듈을 제공하고 마부치모터는 로봇의 동력이 되는 모터를 개발한다. 교토 연합의 개발 계획은 도전적이다. 2026년 3월까지 시제품을 완성하고 2026년 말까지 높이 2.5m의 재해 대응용과 1.8m의 연구용 휴머노이드 두 종류를 개발할 예정이다. 또 2027년부터는 양산을 추진하고 2029년부터는 본격적인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면서도 휴머노이드 개발을 지속해 온 일부 일본 기업들은 올해 12월 초 개최된 국제로봇전시회인 IREX 2025에서 최신 개발 성과를 과시했다. 꾸준히 휴머노이드를 개발해 온 가와사키중공업은 재난 구조용 휴머노이드 칼레이도(Kaleido)의 최신 모델을 전시했다.

이번에 공개된 칼레이도 9세대 모델은 키 191cm, 무게 99kg으로 경쟁사들의 휴머노이드들보다 더 크고 무겁게 만들어져 있다. 개발진은 재난 현장에서 활동할 휴머노이드의 몸체는 공장용이나 창고용 휴머노이드보다 더욱 튼튼하고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화재 현장을 재연한 실내 전시장에 등장한 칼레이도는 손으로 울타리 문을 여닫고 두 다리로 이동한 다음 쓰러져 있는 대형 선반을 다시 세워 안전 공간을 확보하고 고양이 모형을 구조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또 소방 호스를 들고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도 시연했고 빗자루로 바닥에 널린 잡동사니를 치우는 동작도 보여줬다. 바로 옆 부스에 전시된 중국 기업들의 휴머노이드들이 화려한 춤 동작을 자랑한 것과 달리 가와사키의 휴머노이드 칼레이도가 보여준 동작들은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산업용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칼레이도의 작동은 일본 휴머노이드 기업들의 기술적 열세도 드러내는 듯했다.

비록 칼레이도가 주변을 인식하며 이동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모든 시연을 피지컬 AI 기반의 자율 제어로 수행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반을 바로 세우는 동작이나 손을 뻗어 고양이를 안는 등의 작업은 칼레이도 스스로 한 것이 아니라 원격 조작에 의한 것이었다. 무대 한쪽에 서 있는 사람이 가상현실(VR) 헤드셋과 팔과 손에 착용한 컨트롤러를 이용해 조종하면 칼레이도는 지시받은 동작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식이었다.
휴머노이드 전용 부품 개발도 추진
일본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전용 부품도 개발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전용 부품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일본 기업들은 기존 산업용로봇에서 축적한 높은 안정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고성능 전용 부품 개발에 집중한다. 일본 기업들은 우수한 양산 역량과 상시 제공 가능한 서비스 역량, 글로벌 영업망 등 기존 부품 사업을 통해 확보한 강점들까지 활용해 휴머노이드 전용 부품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IREX 2025에서 소니(Sony)는 휴머노이드의 팔 관절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1kg 미만의 초경량 액추에이터를 공개했다. 일본 THK는 휴머노이드가 인간처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전용 액추에이터를 개발하고 있다. 어깨, 팔꿈치 등의 관절로 사용되는 로터리 액추에이터의 경우 통상 중량이 2~5kg인데 THK는 설계 및 공법 개선 등을 통해 훨씬 경량화된 액추에이터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정밀 감속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Harmonic Drive Systems)는 휴머노이드용 로봇 손에 적합한 손가락용 소형 액추에이터를 전시하고 로봇 손으로 아령을 잡는 시연을 선보였다. 또 다른 유명 감속기 업체인 니덱드라이브테크놀로지도 휴머노이드용 고정밀 감속기를 개발하고 있고 이르면 2026년부터 중국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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