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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애니'만 살아남는다…영화산업의 몰락과 팬덤의 시대[비즈니스포커스]

입력 2025-12-21 15:38   수정 2025-12-21 15:39



“올해 천만 영화는커녕 600만 영화도 없는 걸 보니 한국 영화는 폭망했네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글이다. 올해의 박스오피스 1위는 지난 8월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다. 56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오타쿠 신드롬’을 만들었다.

반면 한국영화는 흥행작이 사라졌다. 가장 성적이 좋은 ‘좀비딸’(웹툰 원작)의 관객수(563만 명)도 ‘귀멸의 칼날’보다 적다. 올해 블록버스터로 꼽힌 ‘미키17’(301만 명)과 ‘어쩔 수가 없다’(294만 명)는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대중적이지 않아도 확실한 팬덤이 있는 콘텐츠만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애니’만 살아남는 시대
올해 국내 영화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얻은 작품은 8월 22일 개봉한 ‘귀멸의 칼날’이다. 개봉 1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한 달 만에 500만의 관객을 모았다. 2022년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가지고 있던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최고 흥행 기록(559만 명)을 넘어섰다.

11월 26일 개봉한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는 올해 가장 빠른 속도로 400만을 돌파한 영화다. 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수 412만 명을 돌파했다. ‘귀멸의 칼날’보다 5일 빠른 기록이다. 이 속도라면 ‘귀멸의 칼날’을 제치고 연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를 가능성도 크다.

상위권을 차지한 애니메이션은 또 있다. 9월 24일 개봉한 일본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다. 누적 관객수 340만 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5위권 영화 가운데 3개가 애니메이션이다. 나머지는 ‘좀비딸’(564만 명, 2위)과 ‘F1 더무비’(521만 명, 3위)다. 특히 ‘귀멸의 칼날’과 ‘체인소 맨’의 성적은 대중적인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혈귀로 변해버린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혈귀를 사냥하는 조직에 들어간 소년과 악마를 사냥하는 소년이 각 영화의 주인공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하지만 대중적인 영화보다 더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들은 흥행에 실패했다.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불린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은 301만 명의 관객에 그쳤다. 투자와 배급은 미국 워너브러더스가 맡았다. 워너브러더스 측은 ‘미키17’ 제작비로 1억1800만 달러(약 1700억원), 마케팅 비용으로 8000만 달러(약 1100억원)를 투입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하반기 대작이었던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도 294만 명에 그쳤다. 박스오피스 순위는 9위다. ‘어쩔 수가 없다’는 ‘체인소 맨’(1064개)의 2배에 달하는 2114개 스크린을 확보하고도 흥행하지 못했다.
팬덤·가족 단위·장르물’에 난감한 업계
올해 박스오피스는 관객 지형이 완전히 바뀐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극장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아도 확실한 팬덤이 있는 콘텐츠 △가족 단위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콘텐츠 △OTT가 대체하지 못하는 장르물(애니메이션·판타지·공상과학 등)만 살아남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의 공통점이 ‘애니메이션’이다.

또 ‘서브컬처’가 주류 트렌드로 올라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 서브컬처 개념이 생긴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1998년 10월 한국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 유입을 허용하면서 시작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두려움 없이 임하라”라고 말했다. 이후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게임, 코스프레 문화 등이 들어오면서 폐쇄적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서브컬처는 2010년대 들어 이미지가 달라졌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 웹툰의 인기 등으로 소수의 비주류 문화에서 팬덤 형태의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산업연구원(KIET)은 “서브컬처는 일본을 중심으로 소수가 즐기는 비주류 문화였지만 최근 사회적 인식 변화와 팬덤(fandom)에 기반한 파급효과 확대 등으로 서브컬처가 주류문화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독창적인 스타일과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Z세대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서브컬처 콘텐츠를 접한 게 주된 요인이 됐다.

심의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마니아층 장르로 여겨졌던 일본 애니메이션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팬덤층이 지속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중장기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극장가는 내년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6년 국내 주요 배급사의 확정 개봉작 수도 많지 않다. 극장 관객을 유입시킬 콘텐츠가 마땅하지 않다는 뜻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코로나19 이후 영화산업에 대해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공식도 유효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관객의 소비행태도 점점 더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9년 월평균 대비 올해(1~10월 평균) 매출액은 52%, 관객수는 45%에 불과하다. 미디어 전반적인 불황 원인인 제작비가 증가하는 가운데 극장 수요는 OTT로 이탈하고 있다.

김지영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관람객 수 하락은 영화 티켓 가격 인상으로 메웠지만 소비자들의 저항이 심화하며 추가 인상 여력은 부족하다”며 “극장 운영 기업들이 내릴 수 있는 결단은 적극적인 비용 통제와 극장으로 수요를 유도하는 차별화된 전략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주가도 안 좋다. CJ CGV의 주가는 2015년 5월 처음으로 8만원을 돌파했다. 2016년 1월 들어 주가는 사상 최고가인 8만9600원을 기록했다. 당시 ‘부산행’이 천만 영화에 올랐고 ‘검사외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밀정’, ‘아가씨’, ‘곡성’ 등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현재 CGV 주가는 5730원대다. 2022년 1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5000원 선까지 깨지며 4865원(2023년 10월)을 기록했다. 메가박스중앙을 운영하는 콘텐트리중앙의 주가 역시 2021년 7만원에 달했지만 현재 95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매출도 부진하다. CGV의 1~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7.4% 증가한 1조608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60.6% 떨어진 232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흥행작 부족 영향과 국내 관람객 감소로 멀티플렉스 매출은 줄었지만 자회사 일부가 편입된 효과를 봤다. 롯데시네마를 운영 중인 컬처웍스의 1~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4.9% 감소한 3061억원, 영업적자는 83억원이다. 투자배급작 부진으로 콘텐츠사업 중심 수익성이 악화한 영향이다.

극장의 몰락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가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는 워너브러더스의 주가는 2021년 70달러를 돌파했지만 최근 2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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