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가 1.9%대까지 급등했다. 2007년 7월 이후 무려 1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12월 18일부터 이틀 동안 열릴 올해 마지막 일본은행(BOJ) 회의 이전까지는 2%가 넘어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12월 들어 무담보 금리는 0.45%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10월 이후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다. 새로운 산출 방식에 따라 두 지표를 차감하면 실질금리는 –2.5%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재추진하기 위해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우에다 총재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는 것도 이 근거에서다.
주목되는 것은 우에다 총재가 금리인상에 대한 전향적인 발언에도 엔·달러 환율의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는 점이다. 지난 10월 초 다카이치 정부가 출범했던 때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 이후 주춤거리고 있지만 내년에는 160엔을 뚫을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히 많다.
엔·달러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다카이치 정부의 엔저 정책 때문이다. 아베 신조 사망 이후 잠시 뒷전으로 밀려갔던 아베노믹스를 재추진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외형상 경기 회복이라는 명목이 있지만 자민당 내 기반이 약한 점을 고려해 아베파와의 연합을 위한 정치적 목적도 강하다.
문제는 엔저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12년 아베노믹스가 추진될 당시 영입한 구로다 하루히코 당시 일본은행 총재는 아베 총리의 행동대장 역할을 담당했다. 기준금리를 비롯한 각종 시장금리를 마이너스 국면으로 떨어뜨려 엔저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성과도 컸다. 엔·달러 환율이 77엔대에서 110엔 내외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우에다 총재는 다르다. 일본의 수출입 구조가 마셜-러너 조건(수출수요 가격 탄력성+수입수요 가격 탄력성 > 1)이 충족되지 않아 수출 증대와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지난 10년 이상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부작용이 누적돼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일본 경기는 지난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상승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질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이에 준하는 국면에 놓여 있다. 자산 붕괴 과정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친 1990년대 초반 이후 처음으로 재현되는 현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압축성장 과정에서 케인즈언의 총수요 관리 정책에 익숙했던 당시 일본 정책 당국자 사이에도 어떻게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대장성은 경기부양에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에노 야스케 일본은행 총재는 인플레 안정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제금융 역사상 유명한 대장성 패러다임과 미에노 패러다임 간의 대립이다.
최근 다카이치 정부는 대장성 패러다임과 마찬가지로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카이치 정부의 실질적인 첫 살림살이인 내년도 예산을 대규모로 편성해 놓고 있다.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빚내서 더 써도 좋다는 토마 피케티 공식에 근거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같은 논리다.
문제는 앞으로 닥칠 국채금리의 급등세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70% 넘는 여건에서 재정지출을 늘리면 국채금리는 급등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기준금리마저 올리면 국채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확률이 높다. 다카이치 정부가 연일 우에다 총재에게 금리인상은 어렵다고 협조를 구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트럼프 정부도 상황은 똑같다. Fed는 인플레이션 재발 조짐을 주목해 금리인하에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취임 이후 트럼프 정부의 최대 현안인 디폴트 위험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를 1% 수준까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2.5% 내외까지 대폭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보다 국가채무 비율이 높은 일본으로서는 국채금리가 급등하면 디폴트 위험이 높아진다.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엔화 강세 요인보다 안전통화로서 엔화의 기능이 약화되는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다카이치 정부 출범 이후 엔저가 되는 것도 종전과 달리 일본 경제와 엔화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현상이다.

이런 여건에서 트럼프 정부의 환율정책이 약달러에서 강달러로 전환되는 시기와 맞물리면 엔·달러 환율의 상승세는 쉽게 꺾일 수는 없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관세와 제조업 부활 차원에서 약달러 정책을 추진해 왔다. 달러인덱스도 지난 1월 110 내외에서 9월 말까지 97 수준으로 하락해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가 10% 이상 떨어졌다.
문제는 관세와 약달러 정책에 따라 미국 국민은 중하위 계층일수록 경제 고통이 심해져 왔다는 점이다. 수입물가 상승과 필수 생필품을 구하고 싶어도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뉴욕 시장과 뉴저지, 버지니아 주지사를 뽑는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미니 지방선거는 내년 11월에 치를 중간선거의 바로미터다. 독재 야망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바탕으로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 중간선거마저 패배하면 행정명령에 따라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누적됐던 탄핵과 레임덕 현상이 한꺼번에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트럼프 정부의 환율정책이 갑작스럽게 강달러로 선회하는 것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12월 들어 달러인덱스도 빠르게 회복돼 100선을 넘어섰다. 과연 엔·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상승할 것인가. 내년 국제외환시장에서 최대 관심사인 가운데 엔캐리 자금의 향방도 그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다. 이미 1470원대까지 상승한 여건에서 앞으로 엔·달러 환율이 더 오른다면 1500원마저 돌파할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만약 1500원 선마저 넘는다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이탈 간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돼 국내 증시가 의외로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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