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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의 보이지 않는 손…대통령 발언이 흔든 7.8조 방산 전쟁

입력 2025-12-12 08:45   수정 2025-12-12 08:46

[비즈니스 포커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다시 정국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총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대규모 방산 프로젝트가 2년째 결론을 내리지 못한 가운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 발언이 공개되면서 사업 지형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12월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어 사업자 선정 방식(수의계약·경쟁입찰·공동개발) 가운데 하나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치와 산업, 군사적 이해가 복합적으로 얽힌 이번 논의가 예정대로 결론에 이를지조차 확신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군 기밀 빼돌린 곳에 수의계약?”…발언 하나로 뒤집힌 구도


논란의 발단은 대통령의 공개 지시였다. 이 대통령은 최근 충남 타운홀미팅에서 “군사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곳에 수의계약을 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런 점을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

특정 업체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이 발언이 과거 KDDX 기밀 유출 사건으로 처벌 이력이 있는 HD현대중공업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한 방산 전문가는 “대통령이 그 정도 메시지를 낸 상황에서 누가 수의계약을 결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현실적으로 수의계약은 힘들다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김홍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는 이번 발언이 나온 배경과 관련해 “대통령이 그 수준까지 직접 언급하게 됐다는 건 방사청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라며 “방사청이 그간 명확한 판단을 미루면서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밀 유출 사건은 실제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안이다.

김 교수는 “군사기밀 유출은 방산에서 가장 중대한 사안이며 어떤 형태든 페널티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원칙과 별개로 “정책 결정이 법정 제재, 행정 감점, 정치적 발언까지 중첩되면 오히려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DX는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각각 담당했다. 방산 관행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에서는 해당 관행을 그대로 적용할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져 왔다.

HD현대중공업은 부정당업체 지정은 받지 않아 입찰 자체에는 제한이 없지만 대통령 발언 이후 사업자 선정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많다.

방사청은 발언의 영향과는 별개로 기존 절차에 따라 방추위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방추위가 정치적 신호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론과 “정책 결정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2년 넘게 표류…산업·정치·군사 이해 충돌로 또 ‘난기류’


KDDX 사업 지연은 단순한 기술 문제로 설명하기 어렵다. 2022년 이후 방추위는 여러 차례 사업자 선정 방식을 논의했지만 번번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업 구조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선·방산 시장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의 경합, 차기 정부로 이어진 정책 우선순위 조정, 군의 전력 소요와 산업계의 이해가 모두 충돌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해군은 차기 구축함 확보가 늦어질 경우 2030년대 중반 대공·대함 능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한국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노후화된 중형함 교체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KDDX 전력화 일정이 엇갈릴 가능성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업계 역시 사업 지연이 국내 조선·방산 산업 구조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 MASGA(마스가·조선산업 재건 프로젝트) 참여를 놓고도 경쟁하는 구조여서 KDDX 설계·건조 이력은 양사 글로벌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KDDX는 단순한 해군함 건조가 아니라 향후 10년 이상 이어질 수출 경쟁력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수의·경쟁·공동개발…무엇을 선택해도 논란


방추위가 검토 중인 방식은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 세 가지다. 수의계약은 기존 관행과 부합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 발언 이후 정치적 부담이 커 사실상 배제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쟁입찰은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HD현대중공업은 과거 보안감점 이력으로 불리하고 한화오션은 기본설계 미실시 약점이 있어 어느 한쪽이 확실히 우위라고 보기 어렵다.

한 방산 전문가는 “실제로 경쟁을 붙이면 거의 50대 50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개발·동시발주는 두 업체가 물량을 나눠 생산하는 절충안이지만 기술 호환성 문제와 일정·비용 증가, 담합 해석 가능성, 군함 고장 시 책임소재 모호화 등의 리스크가 생길 우려가 크다. 방사청이 공정위에 담합 가능성에 대한 해석을 요청했지만 답변 시점은 불투명하다.

김 교수는 “1차 사업 선택이 전체 생태계 구조를 좌우한다”며 “HD현대는 1차에서 일정 페널티, 2·3차는 경쟁입찰로 돌아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HD현대는 수상함, 한화는 잠수함에 강점이 있어 두 회사가 함께 가는 산업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한 방산 전문가는 “공동개발안이 현실화하면 양사 모두 일정 부분 상호 보완하며 장기 산업 구조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HD현대 감점 연장, 이중 처벌 논란도…공정성 시험대


이번 논란의 핵심 배경에는 HD현대중공업의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건이 있다. HD현대중공업의 2013~2014년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2022~2023년 전원 유죄 판결로 확정됐다.

당초 적용된 보안감점은 11월 19일 이미 종료됐으나 방위사업청이 갑자기 2026년 12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고 HD현대는 강하게 반발하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오락가락하는 방사청이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점 연장 여부는 수주 경쟁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여전히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유죄 판결, 보안감점, 대통령 발언이 겹치며 “같은 사안을 놓고 세 번 평가되는 이중처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방산 전문가는 “어느 한쪽 유불리보다 방사청이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회복하는 것이 산업 전체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선택은 이용철 방사청장의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 청장은 이 대통령이 정치 입문 전 몸담은 법무법인 새길 출신으로 성남시장 시절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이후 성남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 등을 지낸 방산·행정 전문가다.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당시 초대 차장을 역임한 이력도 있다.

김 교수는 “방사청은 빠른 추격자 전략에 익숙했지만 앞으로 유무인복합체계(MUM-T) 등 미래전장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지 못하면 K-방산 경쟁력이 지속되기 어렵다”며 “이번 KDDX 결정은 단순 사업자 선정이 아니라 한국 방산 방향을 결정하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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