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연명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경험하는 시술들로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데도 매년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이면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고통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의향서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층 중 84.1%는 '회복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거부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 65세 이상 사망자 중 연명의료를 받지 않은 비율은 16.7%에 그쳤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임종 직전까지 연명의료 시술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연명의료 시술이 환자의 신체적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한은이 시술별 고통지수를 바탕으로 산출한 '연명의료 고통지수는' 평균 35로 나타났다. 단일 시술에서 경험하는 최대 통증인 '10'의 3.5배에 달했다. 강도가 8.5 수준인 심폐소생술, 8 정도인 체외생명유지술, 7에 해당하는 인공호흡 등을 경우에 따라 중복해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산출한 것이다. 연명의료 기간이 길고 중증인 상위 20%의 고통지수는 127.2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부담도 문제로 지적됐다. 건강보험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연명의료 환자가 임종 전 1년간 지출하는 '생애말기 의료비'는 2023년 1088만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547만원에서 10년만에 약 2배로 증가했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의 중위소득의 약 40% 수준이다. 간병인 고용비용이나 간병을 위한 가족의 휴직 및 퇴직으로 줄어드는 소득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진다.
또 환자의 선호를 반영해 의향서 내용을 세분화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명의료 시술을 선택적으로 거부하거나, 장기기증 의사 등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을 때 의료결정을 할 수 있는 대리인 지정도 필요하다고 봤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명의료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의 돌봄 환경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호스피스나 완화의료 체계가 갖춰져야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호스피스 이용 희망률은 91%에 달했지만 이용률은 23%에 그쳤다.
한은은 연명의료 시술 감소로 발생하는 재정적 이득을 돌봄 환경 개선에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현재 70% 수준인 연명의료 시술 비중이 계속될 경우 건강보험의 연명의료비 지출은 2030년 3조원에서 2070년 16조9000억원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이를 65세 이상 고령층의 연명의료 의향을 반영해 15% 수준으로 줄일 경우 의료비는 2030년 3000억원, 2070년 3조6000억원 등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줄인 약 13조3000억원(2070년 기준)의 의료비를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간병 지원 등에 쓰자는 것이다.
이인로 한은 경제연구원 차장은 "이 보고서는 연명의료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삶의 마무리 방식을 숙고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라며 "자기결정이 존중되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은이 그동안 내놨던 18개의 구조개혁 보고서 중 하나다. 한은은 그간 지역균형 발전, 자율주행 택시 도입, 돌봄 서비스 효율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연명의료’를 새 주제로 선택한 것은 특히 이질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한은이 건강보험이나 재정 등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면 오해가 클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고령화로 인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게 된 연명의료 문제가 초래할 거시경제적 영향을 모른 척할 수 없어 이번 보고서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