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별검사팀이 더불어민주당 인사들과 통일교 간 금품 수수 의혹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이첩하면서 관련 수사가 본격화됐다. 국수본은 중대범죄수사과 내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려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민주당 의원 두 명이 경기도 가평 천정궁(통일교 본부)에 방문해 한학자 총재를 만난 뒤 현금과 시계를 지원받았다"는 취지로 특검팀에 진술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경찰청은 10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날 오후 1시30분께 김건희 특검 측으로부터 통일교 관련 사건 기록을 인편으로 접수했다"며 "기록을 즉시 검토한 뒤 일부에서 제기된 공소시효 문제 등을 고려해 신속한 수사 착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내에 편성해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전담수사팀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본부장이 진술한 민주당 금품 제공 시기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7~2021년 사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처벌할 수 있는 7년의 공소시효가 다가오며 사건을 이첩받은 국수본으로선 시간에 쫓겨 수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윤 전 본부장은 김건희 특검 조사에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회의원이던 2018년~2019년 사이 천정궁을 찾아 한학자 총재에게 인사한 후 현금 4000만원과 명품 시계 2개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2022년 대선을 전후로 "여야 양쪽 모두에 접근했다"면서 현 정부 장관급 인사 4명과 복수의 국회의원 명단도 특검에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이 전달된 시점이 윤 전 본부장의 주장처럼 2018년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소시효가 올해 안에 만료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팀장은 현재 내란 특검 파견 중인 박창환 총경이 맡는다.
당초 이 사건은 경찰 내 3대 특검 특별수사본부에 배당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경찰은 공소시효가 임박한 점을 고려해 국수본 내 전담팀 편성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김 여사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건네며 현안을 청탁,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는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바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달 내사 사건 번호를 부여했지만, 특검법상 인적·물적·시간적 관할을 벗어난 사안으로 판단하고 국수본으로 사건을 이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특검이 선별적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검팀은 앞서 통일교의 민주당 금품 지원과 관련한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대해 "인적·물적·시간상으로 볼 때 명백히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와의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만큼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특검팀은 그간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직접 관련성이 없는 사건 역시 수사를 거쳐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겨왔다. ‘집사 게이트’ 공범으로 입건된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가 경제지 기자에게 수천만원을 건네고 우호적인 기사를 부탁한 혐의(배임증재)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선 해당 의혹과는 무관한 국토교통부 서기관의 뇌물 수수 사건을 관련 범죄로 판단해 기소했다.
민주당에 대한 금품 지원 의혹에 대해서만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윤 전 본부장의 주장과 관련해, 전 장관은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전 장관은 "제기된 금품 수수 의혹은 전부 허위이며, 단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정활동은 물론 개인적 영역 어디에서도 통일교를 포함한 어떤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근거 없는 진술을 사실처럼 꾸며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허위 조작"이라고 반발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또한 윤 전 본부장을 10분간 한 차례 만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11일 통일부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윤영호 씨를 야인 시절 단 한 번 만난 적이 있다"며, 만남은 2021년 9월 30일 오후 3시경 경기도 가평 천정궁 통일교 본부에서 차담 형식으로 10분가량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일행이 천정궁을 구경하는 동안 통일교 관계자의 안내로 천정궁 커피숍에서 윤영호 전 본부장 등 3명이 앉아 10분가량 차를 마시면서 통상적인 통일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이후 바로 일행과 전주로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정교분리 원칙을 언급하며 공익을 해치는 종교재단 해산 여부에 대해 법제처에 검토를 지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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