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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대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까지 챙길 수 있는 브라질 국채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헤알화 가치가 상승세를 탄 데다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대비 더 하락하면서 환차익이 커진 영향이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브라질 채권을 9433만달러(약 138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브라질 채권 투자가 인기를 끌었던 2017년(2억3403만달러)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순매수액(5536만달러) 대비로는 70.3% 급증했다.
브라질 국채는 높은 이자 수익에 비과세가 적용돼 고액 자산가에게 인기가 높은 투자처다. 한국과 브라질이 국제조세협약을 맺은 덕분에 국내 브라질 채권 투자자는 투자 한도 없이 이자와 매매 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 수익률은 지난 10일 기준 연 13.828%에 달한다. 1억원을 넣으면 세금 없는 이자 수익만 1년에 1000만원 이상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올 들어 브라질 국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헤알화 가치가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헤알화 가치는 원화 대비 약 10% 폭락했다. 이자 수익만큼 환차손에 따른 손실을 본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약 12.7% 상승했다. 연초에 투자했다면 10%대 이자수익에 두 자릿수대의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헤알화 가치가 크게 상승한 것은 원화가 글로벌 주요국 통화 가운데 최약체가 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날 기준 최근 6개월간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가 약 1.2% 오르는 동안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약 8.8% 상승했다. 헤알화 가치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하락하면서 브라질 국채의 환차익이 더 커진 것이다.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헤알화 가치가 흔들리고 있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쿠데타 혐의로 27년형을 선고하자 그의 장남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대신 내년 대선 출마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가 4선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정치적 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보우소나루의 출마 소식에 10년물 브라질 국채 금리가 지난 5일 하루 동안에만 54bp(1bp=0.01%포인트) 급등하기도 했다. 확장재정 기조의 룰라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하면 정부부채가 늘어날 우려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허성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우소나루 의원의 등장이 룰라 대통령에게 위협적인 경쟁 상대가 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 오히려 우파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룰라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헤알화의 높은 변동성이 예상되는 만큼 달러 표시 브라질 채권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룰라 정부의 재정준칙이 전임 행정부 대비 느슨해진 것은 사실이나 재정준칙을 준수했다는 점을 돌아봤을 때 우려는 과도하다"면서도 "헤알화 채권의 경우 높은 변동성이 단기 트레이딩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위험 관리 차원에서 달러 표시 브라질 채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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