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1 전문가 인터뷰
이승일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기후 위기와 도시 문제는 더 이상 분리된 논제가 아니다. 전 세계 탄소배출의 상당 부분이 도시에서 발생하는 데다 기후변화의 피해 역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도시 공간에 집중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는 중앙정부의 선언을 넘어 도시정책과 운영의 중심 과제가 됐다. 주민의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기초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탄소중립 도시’를 연구해온 이승일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는 〈한경ESG〉와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성의 개념 변화부터 지속가능한 도시의 필수 조건, 기초지자체의 정책 초점, 그리고 한국 도시가 직면한 구조적 한계까지 꼼꼼히 짚었다. 그는 특히 “탄소중립은 시민의 생활방식 변화와 공공 인프라 전환이 맞물려야 가능한 과제”라며 “탄소세·환급제도 등 부담과 보상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유인 체계와 주민 참여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속가능 도시’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지속가능성은 본래 환경·경제·사회로 구분된 3가지 영역을 핵심 조건으로 삼고, 이들의 통합 내지는 균형 및 조화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최근 심각한 기후 위기 시대를 맞이해 지속가능한 도시의 핵심 개념에 탄소중립이 자리 잡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모호한 슬로건이던 지속가능한 도시의 패러다임은 탄소중립(탄소배출 순제로) 목표 달성이라는 구체적이고 정량적 개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 지속가능한 도시가 갖춰야 할 핵심 조건 또는 필수 요소는.
“지속가능성을 도시라는 구체적 공간 및 생활 범위에 적용하려면 해당 도시의 여건에 맞게 구체적 요소로 전환되어야 한다. 도시는 기후 위기의 원인인 데다 직접적 피해를 입는 공간이므로 환경은 기후변화 관련 지표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아르카디스 지속가능 도시 지수(Arcadis Sustainable Index)에서는 이를 지구(Planet)로 구체화했다. 사회 영역은 사람(People) 요소로, 경제 영역은 개발과 기업 및 가구 활동에서 이익(Profit) 요소로 다루었다. 또 유엔 지속가능 발전목표의 목표 11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주거지 조성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적정 주택 및 기본 서비스, 안전하고 저렴한 교통, 자연재해 대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 대기오염 및 폐기물 관리, 시민 참여적 도시계획 수립 등이 포함된다.”
- 탄소중립을 ‘도시’에서 구현하려면 무엇이 핵심인가.
“탄소배출량은 단순화하면 활동(activity) × 에너지 소비량 × 탄소집약도(에너지 1단위당 배출량)의 곱으로 볼 수 있다. 주민인 도시 활동자는 활동 방식(자가용 vs 대중교통)과 에너지 절약에 영향을 미치고, 인프라·기기·제품과 전력의 탄소집약도를 낮추는 일(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전환)은 공공의 역할이 크다. 어느 하나만 ‘제로’로 만드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에 가능한 수단을 동시에 최대치로 추진해야 한다. 늦어질수록 탄소가 누적돼 기후변화를 막기가 더 어려워진다.”
- 기업과 도시의 지속가능경영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나.
“기업의 ESG 경영은 투자자·소비자 판단과 연결되는 측면이 크고, 지자체는 공적인 요소를 고려하며 궁극적으로 지역 주민 삶의 질과 연결된다. 도시는 인프라 구축과 승인 권한(재건축·건물, 교통, 폐기물 처리 등)을 통해 탄소중립 도시를 만든다. 영국 런던의 혼잡통행료 사례처럼 소비자의 지나친 희생을 필요로 하는 정책이 딜레마를 부르기도 한다. 또 도시별 특성이 다르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대중교통이 중요하지만, 지방 중소도시는 오히려 전기차·소규모 이동수단이 현실적일 수 있다. 대도시권은 소도시·농촌이 제공하는 흡수원(산림·자연)에 사실상 ‘빚’을 지고 있다. 이 관계는 국제적으로는 선진국과 열대림 보유국의 관계와 비슷하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탄소세 등 재원을 마련해 흡수원 보존과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지속가능성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거버넌스 구조는.
“기후 위기 대응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과제다. 탄소를 줄이는 데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면 우리가 왜 하는지(목표와 이유), 어떤 효과가 있는지(감축 효과), 개인에게 어떤 이익과 보상이 있는지(부담과 환급)가 공감대로 형성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가 지속가능 도시 개념을 개발 및 정비 사업에 반영해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계획·정책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 주민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협의를 바탕으로 성장과 균형이 조화를 이룬 사회적 합의(거버넌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는 이해를 달리하는 많은 주체가 참여하므로 주체별 득과 실을 정량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수단과 그 결과를 모두가 공유해 협의에 임하게 할 수 있도록 ‘증거 기반의 계획 및 정책’을 제도화하고 이를 거버넌스 기초로 삼게 해야 한다.”


- 지속가능한 도시의 벤치마크 예를 들어주신다면.
“지속가능한 도시의 평가 지표 체계가 우수한, 벤치마킹할 만한 대표적 도시로는 노르웨이 오슬로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들 수 있다. 이 두 도시는 국제적 지속가능성 평가 지수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특히 환경 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오슬로는 친환경 교통, 즉 도심 지역에 차량 진입을 제한하고 자전거도로를 대폭 확충하는 등 친환경 교통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코펜하겐은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수도를 목표로 설정하고 에너지 절감, 재생에너지 확대, 스마트 그리드 구축 등의 명확한 로드맵을 실행하고 있다. 또 도시 인프라를 자전거 친화적으로 설계했다. 이는 대기 질 개선 및 시민 건강 증진이라는 사회적·환경적 이익으로 이어졌다.”
- 지속가능 도시를 구현하는 데 기초지자체가 특히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정책 분야는.
“기초지자체가 우선 실천해야 할 정책 분야는 도시계획과 관련한 것들이다. 주민의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한 인프라 건설을 주요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도시와 관련해 건물 분야에서는 제로에너지 건축, 수송 분야에서는 대중교통 지향 개발(TOD), 생활권 계획 및 n분 도시, 녹색교통, 흡수원 분야에서는 그린 네트워크, 폐기물 분야에서는 자원순환 및 폐열 활용 등이 대표적이다. 기초지자체는 주어진 도시 특성에 적합한 방법론을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들은 탄소저감 인프라 정책 구현 후 그에 부합하는 활동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 경우 혜택을 주는 관리 정책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주민들과 탄소저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실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 기존 ‘성장’ 중심 개발 논리와 ‘지속가능성’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
“성장 지향적으로 형성된 지금까지의 확산적 도시 정책을 지양하고, 기존 확산적 토지 이용 패턴을 압축적으로 전환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만, 시급하게 미래의 공간 구조를 설정해 단기적으로 추진하는 도시개발 및 정비사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향후 지속가능한 도시 구현을 기대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성장 중심의 개발 논리와 지속가능한 압축 및 보전의 정책 방향 사이에 지자체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균형을 맞출 수 있다.”
- 앞으로 한국 도시들이 글로벌 지속가능 도시로 도약하는 데 있어 가장 부족한 부분은.
“거버넌스다. 우리나라는 국가뿐 아니라 지자체가 거버넌스 과정을 밟기는 하지만, 참여 주체의 충분한 숙지와 판단 과정이 매우 빠른 데다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실행력을 담보하기 힘들기에 청사진 성격의 계획 및 정책이 되기 쉽다.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의사결정이 각 개인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교육하고,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제도(예, 탄소세 부과와 환급제도)를 마련하는 양방향 의사결정 과정의 전환이 시급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와 지자체, 기업과 가정 등 4개 단위에 대해 탄소회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배출 주체는 더 부담하고 저배출 주체는 환급·보상을 받는 탄소세 등 제도 설계는 시민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를 제대로 갖추면 20년 후 도시의 지속가능성 비전은 밝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지 거창한 구호에 그친 실패한 비전이 될 것이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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