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멸균 우유 수입량은 1만7424t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멸균 우유 수입량은 2020년 처음으로 1만t을 넘긴 후 4년 만인 지난해 4만8671t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수입량은 연간 기준 최대 수입량이다.
수입 우유 관세는 수년간 단계적으로 낮아져 올해 유럽산에 최대 4.8%, 미국산에는 2.4%가 적용됐다. 내년부터는 미국산엔 0%, 유럽산은 0~2.5%가 적용된다. 수입 우유 무관세 시대가 본격화한다.
수입 멸균 우유는 기업 간 거래(B2B) 수요가 많다. 제빵·제과업계나 커피 프랜차이즈 등의 수요가 높다. 제빵에 사용하면 맛의 차이가 거의 없고 영양상 차이도 미미하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국산 우유로 만들면 비싸지만, 수입 멸균 우유는 상대적으로 싸고 상온 보관도 가능해 편리하다”며 “빵 가격을 높이지 않으려면 수입 우유가 필수”라고 말했다.
국내 우유 업체의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먼저 국내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다. 저출생 문제로 총소비량이 감소하는 동시에 1인당 소비량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76㎏으로 전년(83.9㎏)보다 8㎏ 가까이 줄었다. 꾸준히 늘던 1인당 우유 소비량이 10년 전인 2016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여기에 수입 멸균 우유와의 경쟁이 심화하며 국내 우유 업체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남양유업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매일유업의 영업이익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우유 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은 잘못된 원유 가격 결정 구조다. 우유 가격이 생산원가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로 인해 낙농가는 생산성을 높일 유인이 없고, 우유 업체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우유 업체가 사들이는 원유가격은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전년보다 4% 이상 변동할 시 협상을 통해 조정한다. 시장경제 원리에 따르면 생산비가 올라도 수요가 떨어지면 가격이 조정돼야 하는데 우유만큼은 예외다. 식량 안보 관점에서 낙농가를 보호하겠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다. 우유 업체는 비싼 가격에 일정량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잉여 원유를 분유로 만들거나 이를 낮은 가격에 매입하는 업체에 손해를 보고 팔아 버린다. 올 들어 분유 재고는 지난해보다 80% 넘게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낙농업계의 생산성은 세계 최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 원유 가격은 L당 1246원으로 일본(1130원), 폴란드(744원), 미국(629원) 등보다 훨씬 높다. 한국은 특히 수입 사료 의존도가 높아 생산원가가 많이 들고 낙농가가 영세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한국 목장당 생산량은 0.9t으로 미국의 5분의 1도 안 된다. 마진율 차이도 크다. 미국이 0.04%에 그치는 데 비해 한국은 19%에 달한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우유업계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자급률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수요와 공급에 맞추는 구조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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