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KB증권의 중간배당(주당 1004원)을 결정했다. 오는 30일 배당금 3000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KB금융은 지난달에는 국민은행의 중간배당을 통해 1조28억원을 확보했다. KB증권의 중간배당은 3년 만, 국민은행의 중간배당은 5년 만이다. KB금융은 두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KB금융이 이들 자회사의 중간배당을 결정한 것은 자사주 매입·소각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말 850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1900억원어치는 배당가능이익 한도 때문에 내년에 취득해 없애기로 했다. 배당가능이익은 전년도에 벌어들인 순이익 가운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에 쓰이지 않고 남은 금액인 이익잉여금에서 자본준비금 등 법정준비금을 뺀 금액을 말한다. 상법은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10월 내놓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라 올해 보통주자본비율(CET1) 13%를 초과하는 자본은 모두 주주환원에 쓰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CET1(9월 말 13.83%)이 예상 이상으로 올라 준비해놓은 재원만으로는 약속한 규모로 자사주를 사들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배당가능이익 확대가 주주환원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권에선 KB금융이 내년 초 할 예정인 190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주주환원 확대까지 감안해 1조원 이상을 확보해둔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은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로 주당순이익을 연평균 10%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선 배당가능이익을 먼저 늘려놔야 한다. 이 회사가 비과세 감액배당 도입을 검토 중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감액배당은 회계장부상 법정준비금의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돌려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내년부터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되면서 자사주 매입·소각뿐 아니라 배당 확대도 중요해졌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고배당 기업에 투자해 얻은 배당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로 과세하는 제도다.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이 10% 늘어난 기업의 주주면 분리과세를 적용받는다. 증권가에서 예상한 KB금융의 올해 배당성향은 약 24%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이익잉여금 대부분이 소진된 상태에서 내년 초부터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을 이어가야 하다 보니 대규모 자금 조달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KB금융이 당분간 주주환원에 필요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끌어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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