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에 거품이 낀 게 사실이지만 시스템 위험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다.”미국 월스트리트에서 30년 경력의 기술 섹터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는 팸 해거티 BNP파리바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사진)는 10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AI 생태계의 상호 연결 구조를 지도를 보듯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어떤 기업들은 ‘실패하기엔 너무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AI 투자를 둘러싸고 잡음이 커지고 있지만 2000년대 초와 같은 기술주 붕괴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단언했다.
해거티 매니저는 “2030년까지 필요한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6조7000억달러로, 비슷한 성격의 1996~2001년 미국 통신인프라 투자액 대비 6~7배”라며 “이 때문에 거품 우려가 나왔지만 빅테크 대부분은 부채가 아닌 자체 현금흐름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기술기업의 재무구조가 닷컴 붕괴 때와는 비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거티 매니저는 “AI는 인터넷 태동기 이후 가장 근본적인 기술 혁신”이라며 “자율주행과 로봇, 산업 자동화, 신약 개발 등 응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인터넷·클라우드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는 점이 닷컴 버블 당시와 다르다”며 “기술 확산 속도 역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오픈AI의 챗GPT는 출시 3년도 안 돼 주간 사용자 8억 명을 확보했다.
기술기업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닷컴 버블 당시와 비교하면 온건하다고 했다. 해거티 매니저는 “1999~2000년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술주들의 주가매출비율(PSR)은 40~50배였지만, 최근엔 11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MSCI월드 IT(정보기술)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2000년 60배에서 현재 30배 미만으로 낮아진 상태다. 선행 PER은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산출한 지표다. 극단적 밸류에이션 사례는 대부분 사모시장에서 형성돼 증시에 직접 충격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거티 매니저는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 전력·냉각 등 물리적 제약을 받기 마련”이라며 “이런 병목이 투자 사이클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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