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한 증식 공공기관’ 기획 기사를 취재·보도하면서 꽤 놀랐다.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 숫자도 못 세겠더라”는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듣고 실태가 궁금해 시작한 기획 시리즈다.공공기관운영법(공운법)상 공공기관은 최근 5년간(2020~2025년) 340곳에서 331곳으로 9곳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공직유관단체는 1227곳에서 1507곳으로 연평균 56곳씩 총 280곳이 생겨났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공직유관단체가 암암리에 늘어난 건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공운법상 공공기관은 매년 기획재정부와 소관 부처로부터 인원, 예산 등을 엄격히 통제받는다.
공공기관이 ‘무한 증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대형 사고가 나거나 대통령 지시가 떨어지면 사건 사고나 업무를 처리할 새로운 공공기관을 만든다. 선거 과정에서도 조직이 늘어난다. 더불어민주당의 3선 의원은 “대선은 정부와 공공기관 조직을 늘릴 최고의 기회”라며 “대선 공약에 공공기관 설립안이 십중팔구 실현된다”고 귀띔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정부 기관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이 대통령이 올 들어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고용노동부가 ‘쾌재’를 부른다. 노동법 위반을 수사하는 근로감독관을 향후 3년간 4900명 더 뽑기로 했다. 현재 근로감독관(3000명)의 1.6배 규모다. 차관급 자리(산업안전보건본부장)도 챙길 수 있었다. “권한이 너무 비대하다”며 쪼개지는 기재부도 인원을 늘린다. 현행 조직과 비교하면 차관 한 자리, 실장 세 자리가 증가한다.
정부 예산, 법령 등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우리 사회의 안전과 복지,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제대로 관리·감독받지 않는 공공기관은 필연적으로 방만해지고 느슨해진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암암리에 이런 공공기관장 자리를 늘리는 데 공조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거 후 논공행상, 퇴직 후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한번 생긴 공공기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공적 영역의 비효율과 부조리는 고스란히 후세대 부담으로 전가된다. 정부 조직, 공공기관을 함부로 만들지 못하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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