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중대재해 근절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후적인 처벌 위주 정책은 근원적인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습니다. 안전과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한 공사비와 공사 기간이 보장돼야 합니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중식당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건설 공사 활성화를 위해 ‘적정 공사비와 공사 기간 확보’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승구 대한건설협회장을 비롯해 정형열 부산광역시회장, 장홍수 울산광역시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 회장은 “민간이 살아야 건설이 살고, 건설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침체한 경기를 살리려면 건설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월 99.9에서 올해 9월 131.7로 30% 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민간공사뿐만 아니라 공공공사도 예산 부족으로 적정 공사비가 책정되지 않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건설협회는 최근 3년간 준공공사의 43.7%가 적자라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도 내놨다. 민간공사 역시 물가 변동이나 설계 변경이 발생해도 계약금액 조정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시공사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이라는 게 건설협회의 지적이다.
중대재해 관련 법령의 과도한 과징금 기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사망사고 발생 시 회사 매출액의 최대 3%(1000억원 상한)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협회는 과징금 산정 기준을 매출이 아닌 영업이익으로 바꾸고, 다른 법령에 따른 과징금 부과 시 감면 규정 등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사용자 개념 확대에 따른 혼란도 우려했다. 원도급사가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로 해석될 경우, 대체 근로 금지 등으로 인해 공시 기간이 길어지고 시공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건설협회는 고용노동부에 건설업 특성을 반영한 법 해석 등을 건의했고, 고용부는 원청 단위 교섭 창구 단일화 등을 반영한 하위법령을 마련한 상태다.
건설협회는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30조원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국회에서 2026년 SOC 예산은 27조7000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건설협회는 “내년 경제성장률 2.5% 달성을 위해서는 SOC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며 “노후 기반 시설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협회는 민간투자 사업 활성화, 주택 미분양 해소, 정비사업과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에도 집중하고 있다. 건설협회는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세제 지원 법안이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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