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깅스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글로벌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이 실적 부진 압박에 7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캘빈 맥도널드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다. 룰루레몬은 최근 매출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주가는 올해 들어 반 토막이 났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 CNBC 등에 따르면 룰루레몬은 이날 소비 심리 위축과 새로운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 속에서 약 7년간 CEO로 재임한 맥도널드 CEO가 다음달 회사를 떠난다며 새로운 CEO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맥도널드 CEO는 오는 3월 31일까지 고문직을 유지할 예정이며, 차기 CEO가 선임되기 전까지 룰루레몬 최고재무책임자(CFO) 메건 프랭크와 최고영업책임자(CCO) 안드레 마이스트리니가 공동 CEO를 맡아 경영을 이끈다. 회장직을 겸임하게 되는 마티 모르핏 이사회 의장은 “회사가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앞으로 성공적인 전환기를 이끌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경영진 교체는 1년 넘게 이어진 실적 부진과 창립자이자 최대 사외이사인 칠 윌슨의 변화 요구가 맞물린 결과다. 고급 레깅스와 애슬레저 의류로 이름을 알린 룰루레몬은 알로요가, 뷰오리 등과 신생 브랜드의 약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이 딱 붙는 레깅스보다 착용감이 편한 헐렁한 팬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점도 룰루레몬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경영진은 지난 9월 미국 시장에서의 실적과 제품 경쟁력에 실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적 악화 속에서 주가도 연초 대비 약 50% 하락했다.
그럼에도 룰루레몬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연간 수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자사주 매입 규모도 10억달러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연간 매출은 109억6200만~110억4700만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예상치인 108억5000만~110억달러보다 높아진 수치로, 룰루레몬은 앞선 두 개 분기 연속으로 연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였고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10% 넘게 상승했다. 관세 여파로 영업이익은 2억1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지난 11월 마감된 분기 매출은 25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시장 예상치 24억8000만달러를 모두 웃돌았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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