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척추 및 상처 치료재료 1위 기업인 시지바이오가 중국 산유메디칼과 6년간 18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국 골이식재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시지바이오는 2030년까지 중국에서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현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시지바이오는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정형외과 의료기기 전문기업 상하이 산유 메디칼 본사에서 골대체재 노보시스에 대한 파트너십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중국 본토를 대상으로 하며, 제품 허가 이후 6년 동안 병원 납품가 기준 약 1800억원 규모의 누적 현지 매출이 전망되는 중장기 협력이다. 시지바이오는 이번 계약을 통해 중국 골이식(대체)재 및 재생의료 시장에서 보다 본격적인 시장 확장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보시스는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가 13년 연구 끝에 2017년 세계 두 번째,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골형성 단백질 탑재 골대체재다. 골절 치료나 척추디스크 수술(척추유합술) 시 뼈 손상 부위에 주입하면 인체 내 줄기세포를 골세포로 분화시켜 새로운 뼈 생성을 돕는다. 골형성 단백질의 전달체로 다른 경쟁사들이 콜라겐 스펀지를 쓰는 것과 달리 이 회사는 유 대표가 개발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HA) 성분을 사용한다. 골형성 단백질이 스펀지에서 새어 나와 간혹 엉뚱한 곳에서 뼈를 자라게 하는 부작용이 없다. 노보시스는 국내 ‘빅5’ 등 대형 병원에 공급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10만 건 이상 적용돼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받았다. 시지바이오는 세계 2위 의료기기 회사인 미국 존슨앤드존슨메드테크 유통망을 활용해 인도, 대만, 태국 등 아시아 6개국에 노보시스를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로, 2020년 기준 60세 이상 인구가 약 2억 6400만 명에 달하며 2040년에는 4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 인구 내 골다공증성 골절 유병률은 약 18.9%로 보고되고 있어, 골대체재 및 생체재료 기반의 치료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의 척추 수술 건수는 2022년 약 52만 건에서 2023년 약 120만 건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되며, 요통·척추질환 증가에 따라 골이식재 기반 치료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지바이오에 따르면 중국 골이식재 시장은 2023년 약 96억 위안(약 1조 8000억원)에서 2030년 약 3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지바이오는 노보시스를 중심으로 2030년 중국 시장 1조 원 매출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파트너사인 ‘산유 메디칼’은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의 대표적 척추·골절 전문 의료기기 기업이다. 시가총액은 약 1조 2600억원이다. 세계 1위 의료기기 회사인 메드트로닉의 미국·유럽 본사에서 골형성 단백질(rhBMP-2) 기반 골이식재 제품 '인퓨즈'와 척추 임플란트 사업을 담당했던 핵심 인력들이 설립한 회사다. 중국 전역에 걸친 병원 영업망과 연구개발·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정형외과 분야에서 전문성을 축적해 왔으며,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수술 기술, 3D 프린팅, 신소재 등 미래형 의료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인 기업이다. 시지바이오 관계자는 "이 같은 배경은 곧 골형성 단백질 기반 치료 분야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전문가 집단이 시지바이오의 중국 진출을 뒷받침한다는 의미"라며 "노보시스의 성공적인 현지 시장 안착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요인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사는 2022년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HA) 기반 인공뼈 '본그로스'의 중국 독점 판매 계약을 시작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왔으며, 병원 납품가 기준 연간 약 105억원(연간 20만cc 이상)의 현지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이번 노보시스 계약은 그간의 협력 성과가 더욱 확장된 단계로 이어진 것이다.
노보시스의 중국 인허가 신청은 2025년 12월로 예정돼 있으며, 2027년 3분기 허가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는 향후 허가 준비, 제품 출하, 의료진 교육 등 단계별 시장 안착 전략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노보시스는 이미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출시 및 판매 계약이 진행 중이며, 존슨앤드존슨메드테크와의 독점 공급 계약을 포함해 글로벌 협력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노보시스 퍼티 임상시험계획(IDE) 임상 진행, 일본 IDE 추진, 동남아·중동 지역으로의 사업 확장 등 글로벌 재생의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는 “중국 정형외과 시장에서 고품질 뼈 치료 솔루션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노보시스 제품의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에 더해, 골이식재 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메드트로닉 출신 전문가들이 설립한 산유 메디칼과의 협력은 매우 전략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는 이와 같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중국 환자들에게 더욱 향상된 정형외과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글로벌 재생의료 기업으로서 시지바이오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박사 시절 인공 뼈 제조 기술을 연구하다가 2000년 국내 최초로 인공 뼈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윤재승 대웅제약 최고비전책임자에게 투자받은 뒤 2006년 시지바이오를 설립했다. 지난해 매출은 20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5% 증가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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