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은 전쟁 중이다. 지난 10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서부전선(중국)은 1000억달러 펀드를 만들었고, 동부전선(미국)은 530억달러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1차 전쟁이 모바일, 2차 전쟁이 데이터센터발(發)이었다면 3차 반도체 전쟁은 AI 패권을 둘러싼 국가 총력전”이라고 했다.국가의 미래를 건 전쟁 상황에서 눈여겨볼 ‘전략집’이 최근 출간됐다. 이병철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전자 전 부사장이 말하는 K-반도체 초격차전략>을 통해 “한국의 반도체 전략이 기술 연구개발(R&D)에만 머물러서는 절대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기술 초격차와 기업 외교가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부사장은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05~2020년 재임한 삼성그룹 내 최장수 중국 주재원이다. 삼성 반도체 시안 공장 투자와 삼성SDI 배터리 프로젝트 협상,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미·중 전략경쟁 등을 현지에서 대응했다.
반도체산업에 관한 책이지만 배터리, 자율주행, 바이오 등 다른 산업으로 바꿔 읽어도 참고가 될 법한 내용이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최근 노골적으로 자국 기술 기업을 지원하며 시장 규칙을 뒤흔들고 있다.
책 말미의 저자의 당부는 절박함을 담고 있다. “국가는 외교와 정책으로 환경을 만들고, 기업은 기술과 전략으로 경쟁력을 높이며, 국민은 이해와 지지로 힘을 보태야 한다.”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책을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고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이정표”라고 평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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