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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결핵은 공기가 아닌 빈곤을 타고 번진다

입력 2025-12-12 16:50   수정 2025-12-13 00:19

결핵은 인류가 가장 오래 겪어온 감염병이자 오늘날에도 매년 100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질병이다. 기원전 5000년 이집트 미라에서 흔적이 발견될 만큼 오래됐지만 여전히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이 결핵균을 품고 살아간다.

치료법이 있음에도 결핵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존 그린은 <모든 것이 결핵이다>에서 이 질문을 사회적 조건과 세계 구조 속에서 추적한다.

저자가 결핵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시에라리온에서 만난 한 소년이었다. 영양실조로 왜소해진 소년이 결핵을 앓고 있음을 알게 된 순간, 그는 결핵이 단순한 의학적 현상이 아니라 빈곤, 낙인, 정치적 실패가 얽힌 사회적 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그는 글로벌 보건 비영리단체 활동, 유엔 회의 연설 등을 통해 결핵 문제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섰고, 그 탐구의 결과가 이 책에 집약됐다.

책의 핵심은 분명하다. 결핵은 공기를 타고 퍼지지만 발병은 사회가 만든다. 영양 부족, 과밀한 주거 환경, 불안정한 노동, 전쟁과 국가 붕괴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치료 접근을 막는다.

약품 특허나 제약 시장의 구조 역시 치료제 가격을 높여 가난한 국가에서 생명을 잃는 사람들을 늘린다. 여기에 ‘가난한 자들의 병’이라는 낙인은 환자가 증상을 숨기게 만들어 조기 진단과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한다.

저자는 역학 지표나 정책 분석 대신 한 아이와 그의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을 통해 결핵의 현실을 보여준다.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병원, 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일을 쉬지 못하는 부모, 숨을 쉬기 위해 이를 악무는 소년의 모습은 통계로는 포착되지 않는 삶의 무게다. 질병을 둘러싼 구조적 폭력이 개인의 몸에 어떻게 새겨지는지 생생하게 드러난다.

책은 과거 결핵이 ‘섬세한 영혼의 병’으로 미화되던 시대를 돌아보며, 질병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사회적 위치와 불평등을 반영해 변해왔는지도 짚는다. 예술가의 창백한 얼굴이 이상화되던 시기와 달리, 산업화 시대의 결핵은 빈민층 병으로 낙인찍혔다. 질병의 이미지 변화는 결국 누가 치료받을 수 있고 누가 방치되는가라는 사회적 질문을 되돌려준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추천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결핵 같은 무거운 주제를 베스트셀러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존 그린뿐”이라고 평을 남겼다.

결핵을 소재로 하지만 결국 우리가 어떤 세계를 만들고 있으며 그 세계가 누구에게 더 가혹한지를 묻는 책이다. 개인의 병을 넘어 구조의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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