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섹과 퓨처펀드는 장기간 운용 성과가 뛰어난 세계적인 국부펀드로, 국가 자산 관리에 이들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갑작스러운 국부펀드 신설 발표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내년 상반기 중 계획을 잘 만들고 필요하면 법안도 만들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정작 관련 부처 공무원도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이름과 역할이 헷갈리는 정책 펀드가 넘쳐나고 있다. 중복과 과잉, 비효율, 낭비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150조원을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가 출범했고 정부가 해외 인프라 수주 경쟁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수익을 가지는 전략수출금융기금도 준비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중소벤처기업부의 모태펀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미래환경산업투자펀드 등이 있고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위한 한미전략투자공사와 기금도 곧 설립된다. 기존 국민연금에다 민간 금융까지 포함하면 투자 대상과 영역이 안 겹치려야 안 겹치기 어렵다.
국부펀드 재원 확보도 문제다. 테마섹은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나온 수익을, 퓨처펀드는 자원 호황 때 생긴 재정 여유를 기반으로 조성했다. 반면 우리는 내년에 100조원 넘는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처지다. 국부펀드든 뭐든 정책 펀드의 재원 마련부터 걱정해야 한다. 상속세 물납으로 받은 비상장 주식과 정부 보유 공기업 지분을 국부펀드 재원으로 우선 검토한다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일까 싶다. 장밋빛 계획만으로는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지속 가능하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하고 그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들의 실질적 권한과 참여를 독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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