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연간 증시 전망을 내놓은 국내 증권사 11곳은 대부분 “내년 유동성 랠리가 시작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미국은 올 들어 세 번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양적긴축(QT)을 중단하는 한편 단기 국채를 매입하는 새로운 유동성 공급 정책을 개시했다. 삼성증권은 “내년 미국 중앙은행(Fed) 내 친(親)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사 비중이 확대되며 금리 인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국이 내년 본격적인 재정 확장 정책을 펼치면서 글로벌 유동성의 힘이 더 세질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글로벌 유동성이 늘어나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엔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과 코스피지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비례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신영증권도 “글로벌 통화량(M2)은 내년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이 영향으로 세계 증시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증권사들은 특히 국내 상장사의 내년 이익 추정치가 급증하고 있는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 기관이 3곳 이상인 상장사 249곳의 내년 영업이익은 총 401조6173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 추정치(318조3199억원) 대비 26.17% 급증했다. 올해 추정치와 비교하면 43% 늘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74조6489억원)와 삼성전자(83조2420억원)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올해보다 각각 75.23%, 114.39% 급증하며 전체 상장사 실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가에선 “간혹 AI 거품론이 등장해 주가가 출렁일 순 있지만 거품 붕괴를 걱정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보기술(IT) 기기 투자 비율은 2.0%다. 1990~1992년 2%대 초반으로 안정세였던 이 비율이 닷컴 버블 때인 2000년 4분기에는 2.9%까지 치솟았다.
다만 내년 국내 증시 환경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일각에서 나온다. iM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코스피지수 상단은 결국 반도체 주가 상승률이 결정할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 호조세가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점을 감안할 때 추가 상승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9월 반도체 랠리 급등 전 지점인 3500포인트가 기술적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증시의 주요 변수는 시장금리 변화다. 신영증권은 “미국 통화정책이 시장 기대만큼 완화적이지 않다면 실망감이 반영될 수 있다”며 “미국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아져도 문제”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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