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주가가 분기 실적 부진 여파로 11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5% 급락하며 주요 AI 관련 종목들의 약세를 이끌었다. 시장에서는 오라클의 공격적 AI 인프라 투자 계획과 급증한 부채 부담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라클은 전일 발표한 분기 매출이 160억 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162억 1000만 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AI 인프라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나온 매출 부진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주가는 장중 15%까지 떨어졌다.
이 여파로 주요 AI 연관 종목도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2% 이상 내렸고 마이크론은 1% 하락했다. 클라우드 스타트업 코어위브는 5% 떨어졌으며 AMD도 3% 약세를 보였다.
오라클은 9월 18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테크 업계에서 기록적인 수준의 부채 조달로 평가된다. 같은 달 오픈AI와 30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AI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 확장 의지를 더욱 분명히 했다. 오라클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과 AI 클라우드 계약을 두고 경쟁 중이다.
그러나 오라클이 향후 AI 인프라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과도하게 차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다른 테크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지만 오라클의 부채 규모는 단연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타일러 래드키는 오라클이 뉴멕시코와 위스콘신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해 수십억 달러의 건설 대출을 이미 확보했으며 향후 3년 동안 매년 200억에서 300억 달러의 추가 부채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라클은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콜에서 투자등급 신용등급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더그 캐링 최고재무책임자는 일부 고객이 자체 칩을 데이터센터에 설치하는 방식이나 칩 공급업체가 판매 대신 임대로 전환하는 방식 등 다양한 자금 조달 옵션이 있다며 차입 부담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라클은 올해 자본지출 전망을 500억 달러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는 9월 기준 350억 달러에서 크게 상향된 수치다. 2025 회계연도 자본지출은 212억 달러였다.
한편 AI 버블 우려 속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표인 자유현금흐름은 11월 분기에서 약 마이너스 100억 달러로 나타났다. 스트리트어카운트 컨센서스인 마이너스 52억 달러보다 크게 악화된 수치다.
웨드부시증권은 보고서에서 자유현금흐름 악화는 투자자들이 당연히 우려할 요소지만 AI 수요가 워낙 강력해 오라클이 겪고 있는 문제는 일종의 고급 문제라는 평가를 내렸다. 웨드부시는 “AI와 클라우드 분야의 핵심 지표와 백로그는 매우 견조하며 오라클이 어제 다시 한 번 수요를 입증했다”며 이날과 같은 주가 하락은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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