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자리가 늘어나는 연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이 많아지면서 이맘때면 과식, 과음 등으로 소화기계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단순한 속쓰림이나 소화불량 등은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급성 위장관계 염증 등이 생겼다면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위장관계 질환의 증상과 발생 위치 등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서 급성 췌장염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20년 3만9804명에서 지난해 4만1878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위와 십이지장염을 호소한 환자는 같은 기간 466만718명에서 515만6344명으로 증가했다. 알코올성 간염 환자는 2020년 2만9677명에서 지난해 2만4194명으로 소폭 줄었다.
이들 세 질환은 음주 후 위험이 높아진다는 게 공통점이다. 질환이 생기면 복부 통증과 소화기계 불편감을 호소하는 것도 비슷하다. 손원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잦은 술자리 후에 복통이 생겼다면 단순한 위장 문제는 아닐 수 있다"며 "통증의 위치와 양상에 따라 급히 진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위와 간, 췌장 등에 문제가 생기면 명치 부근에 통증과 구역감, 식욕 저하, 더부룩함 등을 호소한다. 급성 위염과 급성 췌장염, 알코올성 간염 등이 모두 마찬가지다. 다만 알코올성 간염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중 일부는 간이 있는 오른쪽 윗배 부근에 은근한 불편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심한 피로감, 식욕부진, 황달 등도 흔하다.
알코올성 간염은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셔 간이 망가지는 질환이다. 대개 간 조직의 5% 가량은 지방이다. 술을 마시면 간세포에 지방이 더 쌓인다. 염증 반응이 늘면서 간이 굳어지는 간경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효과적인 치료법은 금주다. 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시점엔 알코올 사용 장애가 중독 단계까지 진행한 환자가 많아 술을 끊도록 하는 게 쉽지 않다. 황달이 심해지고 복수가 찬 상태에서도 술을 달라고 하는 환자가 있을 정도다. 간이 망가진 뒤엔 이식 외엔 방법이 없다. 평소 음주 습관과 간 건강 등을 잘 확인하는 게 좋다.
급성 위염이 생기면 주로 명치 부위에 속쓰림이나 타는 듯한 통증을 호소한다. 식사 후에 통증이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명치나 왼쪽 윗배에서 심한 통증이 생긴 뒤 등이나 어깨로 뻗어나가는 것 같다면 급성 췌장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똑바로 누우면 증상이 심해지고 앉으면 나아지는 통증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급성 췌장염의 30~60% 정도는 술 때문에 생긴다. 환자 80% 정도가 특별한 합병증 없이 바로 회복하지만 20%가량은 중증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장 기능 저하, 쇼크 등으로 다발성 장기부전에 이르기도 한다. 췌장이 괴사하고 신장이 망가져 투석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합병증이 생긴 중증 췌장염 환자의 사망률은 최대 22% 정도다. 생명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연이은 술자리 후 위와 간 췌장 등에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바로 술을 끊어야 한다. 위장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급성 위염과 췌장염, 알코올성 간염은 모두 아무런 증상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술을 적당량만 섭취하도록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복통이나 구토, 황달, 극심한 피로감이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병명을 확인하는 게 좋다.
약을 복용할 땐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약물 부작용 위험이 높아지는 데다 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손 교수는 "과음할 수밖에 없는 자리에서 소화기계 부담을 줄이려면 물을 자주 섭취해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추는 게 좋다"며 "술은 여러 주종을 섞어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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