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167.16
(56.54
1.38%)
코스닥
937.34
(2.70
0.29%)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돈풀기' 아닌데 맞다?…Fed 단기채 매입 진짜 의미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

입력 2025-12-14 09:17   수정 2025-12-14 13:55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끝난 미국 중앙은행(Fed) FOMC 결과에서 시장이 가장 주목한 이야기는 모두가 예상했던 금리 인하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Fed가 월가 기대보다 빠른 12일부터, 예상보다 더 큰 월 400억 달러 규모로 국채 단기물을 사들이는 '준비금 관리 매입(RMP, Reserve Management Purchases)'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것이었죠.

이달 1일 3년 반에 걸친 양적 긴축(QT, Quantative Tightening)을 종료한 Fed가 대차대조표 확대 재개를 공식화한 겁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이것이 '사실상의 양적 완화(QE, Quantative Easing)'가 아니냐는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졌습니다. 장기채를 사들여 장기 금리를 낮춤으로써 경기를 부양하려는 QE와 단기채를 매입하는 이번 RMP는 엄연히 다르다는 의견과, 결과적으로 재무부의 대규모 재정 지출을 지원사격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의견이 모두 나옵니다.

물론 Fed는 전자라고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위험자산 투자자들은 후자의 진영에서 '유동성 파티'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나아가 통화 정책이 재정 정책에 종속당하는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의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투자 전략을 재정비할 것을 권고하는 월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준비금 관리 매입(RMP) 대 양적완화(QE)
RMP와 QE는 모두 Fed가 자산을 매입해 대차대조표를 확대하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그 수단과 목표는 분명 다릅니다.

RMP는 양적 긴축에 따라 줄어든 은행 준비금을 실물 경제 규모에 맞춰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인 조치입니다. 긴축적이었던 통화정책의 기조를 '중립'으로 유지하는 것일 뿐,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Fed는 이를 위해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국채(T-bill)를 매입합니다. Fed가 완화적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만기 2~30년짜리 장기채(T-bond)를 직접 사들여 장기채 가격 상승 → 금리 하락 → 대출 확대 및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 → 실물 경제 및 자산 시장 부양을 도모하는 QE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0일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단기채 매입은 통화정책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그저 시스템 내 충분한(ample) 수준의 준비금을 유지할 필요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정책 금리가 목표 범위 안에 머물도록 보장하고,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현금과 준비금에 대한 수요가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준비금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동성을 확대하고 장기 금리를 내려 실물 경제 투자와 성장을 자극하기 위한 QE와 달리, RMP는 성장기의 아이가 키가 크면 그에 맞는 옷을 사주듯이 어디까지나 대차대조표를 유지하는 성격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예상보다 빠르고 더 강력한 RMP
이번 FOMC에서 Fed가 RMP를 발표할 것이란 사실은 대체로 예상된 바였습니다. 최근 2~3개월 간 시장에선 달러 유동성 부족 스트레스가 반복됐습니다. 익일담보부금리(SOFR), 레포금리 등 시장의 초단기금리가 Fed의 정책 금리 목표 범위 바깥으로 계속 튀는 현상이 이를 보여줬지요.


장기간의 양적 긴축(QT)과 준비금 감소, 미국 재무부의 대규모 단기채 발행 등으로 달러 현금이 부족해지면서 일부 기관들 사이에선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서라도 달러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분명 머니마켓에 돈은 넘쳐나고 광의의 통화량(M2)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도, 유동성이 필요한 곳으로 원활하게 흘러가지 못하는 '배관'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였습니다.

이에 대응해 Fed 공개시장 운영 데스크를 담당하는 뉴욕연은의 윌리엄스 총재는 준비금을 보강하기 위한 RMP 재개를 11월 초 이미 예고했습니다. 월가는 Fed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적게는 월 80억 달러, 많게는 월 350억 달러 규모로 단기채 매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었죠.

그런데 실제 공개된 RMP는 이보다 더 빨랐고, 규모도 컸습니다. 올 연말 결산, 그리고 내년 4월 세금 납부 시기에 현금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겁니다. 이 뒤엔 2019년 레포 금리가 폭등하면서 금융 시장 혼란을 초래한 '레포칼립스'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습니다.

레포칼립스는 2019년 9월 16일 레포금리가 하루 만에 2%대에서 10%대로 폭등한 사건을 가리킵니다. 법인세 납부와 대규모 국채 발행 결제가 겹치면서 은행 시스템에서 준비금이 일시에 빠져나갔고, 단기 자금이 갑자기 품귀를 겪으며 금리가 뛴 결과입니다.

당시에도 Fed는 2년여 간의 양적 긴축 이후 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며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마무리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준비금을 줄이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사실은 그렇지 않았음을 이 사태가 보여줬지요. 월가에선 레포 시장에서 돈을 빌려줘야 할 대형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와 리스크 관리 때문에 현금이 있어도 빌려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Fed는 이를 계기로 2019년 10월 단기채를 매입해 준비금을 늘리는 RMP를 단행했습니다. 월 600억 달러씩 6개월 간 총 3600억 달러를 사들였죠. 당시에도 파월 의장은 "그 어떤 의미에서 양적 완화(QE)가 아니다. 적정한(ample) 수준의 준비금을 유지하기 위해 대차대조표의 자연적인 성장을 재개하는 기술적 조치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과 유사해 보이는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 사태가 찾아왔고, Fed는 2020년 3월 RMP를 통해 매입하는 국채의 만기를 늘린 데 이어 결국 양적 완화를 재개했습니다.
'재정 지배' 벗고 싶은 Fed "QE 아니다"
Fed는 왜 그때도 지금도 양적 완화(QE)를 기대하는 시장의 기대를 차단하려고 애쓰는 걸까요? Fed가 대차대조표를 늘리는 QE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핵심 통화정책 수단이 됐습니다. 위기를 봉합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요. 코로나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위기 이후엔 원상 복구했어야 할 대차대조표를 계속 키워나간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는 게 중앙은행은 물론 금융시장 전반의 인식입니다. 의도가 무엇이든 중앙은행이 QE를 지나치게 오래, 또 자주 반복할 경우 실질 금리와 자산 가격을 왜곡하고 인플레이션 상승, 버블과 레버리지 확대를 조장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 독립성 약화와 통화정책의 재정 종속, 즉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의 우려도 커집니다. 중앙은행 대차대조표가 커진다는 건 곧 정부 국채를 대규모로 들고 있다는 뜻인데, 정부 입장에선 "어차피 중앙은행이 사줄 테니 마음껏 빚을 찍어내도 된다"는 인센티브가 될 수 있습니다. 시장이 아닌 중앙은행이 국채의 큰 손이 되니 재정 규율이 약해지는 것이죠.

이는 정부 부채 확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이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통제해야 할 중앙은행은 "국채 이자 비용이 커지니 금리를 낮게 유지하라"는 정치적 압박을 받습니다. 이미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이 Fed를 비난할 때 자주 쓰는 레파토리입니다.
그래도 시장은 "사실상 QE, 머니 프린팅"
중앙은행은 이런 프레임을 벗어나고 싶습니다. 안 그러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물가 상승을 통제하기 더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양적 완화 카드는 절대 쉽게 입에 올리지 않고, 중앙은행 독립성이 잘 유지되고 있음을 시장에 증명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미 재정 지배의 시대임을 시장은 알고 있습니다. 신흥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본은행은 이미 10년 이상 중앙은행이 장기 금리를 직접 억누르는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을 펼쳐왔고,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부 부채가 커지면서 이를 보조하는 통화정책에 대한 요구는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현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도 공공연하게 재정 지배 전략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RMP를 많은 투자자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상 QE의 전조로 바라보는 이유입니다.


특히 현재 미국 재무부는 장기 금리 상승을 피하기 위해 장기채 발행을 줄이고 단기채 발행을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Fed가 이 시점에 단기채 매입을 시작한 것은 재무부가 금리 급등 없이 부채를 조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스티븐 블리츠 TS롬바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채 매입은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재무장관이 원하는 값싼 대규모 재정 지출을 시장 금리 충격 없이 흡수하기 위한 사전적 금융지원 목적이 더 크다"면서 "시장이 감당 못하는 국채 발행 물량을 Fed가 흡수해주는 구조로서 재무부와 Fed가 사실상 한몸이 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스테노리서치의 설립자 안드레아스 라르센도 "재무부가 (장기 금리를 억누르기 위해) 단기채 발행을 늘리는 상황에서 Fed가 단기채를 매입하는 건 실질적으로 QE와 동일한 효과를 낸다"며 RMP를 '머니 프린터'라고 꼬집었습니다. 정책 이름과 의도가 무엇이든 결국 Fed가 돈을 찍어 국채를 사주는 것이란 해석입니다.

블리츠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확대와 재무부-Fed의 결합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재정 지배 시대의 투자법
물론 베센트 재무장관이 Fed만 압박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레포 시장과 국채 시장에서 위축된 민간 은행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위기 때마다 정부도 시장도 Fed만 바라보는 기형적인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은행 규제를 완화해 민간이 더 많은 국채를 소화하고, 은행이 레포 시장에서 더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있다면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대출과 유동성을 늘려 경기를 민간 주도적으로 부양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베센트 재무장관의 큰 그림입니다. 물론 모든 게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때의 이야기지만요.

당장은 재정 지배의 시대, 정부 부채의 더 큰 확대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게 월가의 지적입니다. 피델리티의 글로벌 매크로 디렉터 주리엔 티머는 전통적인 주식 60%, 채권 40%의 포트폴리오는 이제 끝났다고 강조합니다. 대신 주식 60%, 채권 20%, 금·은·원자재·실물자산 및 비트코인 같은 대체자산 20%의 포트폴리오를 권합니다. 정부가 계속 돈을 찍어내고 중앙은행이 이를 지원하면 장기적으로 채권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비단 인플레이션 위험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경기 부양으로 경제 성장이 강해지면 마찬가지로 채권 가격은 하락합니다.


실제 피델리티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 이후처럼 재정 지배가 두드러졌던 시기의 자산군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장기 국채와 물가연동채권(TIPS), 현금, 하이일드채권, 60/40 포트폴리오는 S&P 500보다 수익률이 낮았습니다. 반대로 금·은과 대형 성장주, 비트코인은 S&P 500 수익률을 상회했습니다.

물론 인공지능(AI)의 발전과 생산성 향상 속도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디플레이션의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미래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미 늘어나기 시작한 정부 부채의 증가 속도에 브레이크가 걸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정부가 중앙은행을 동원해 돈을 찍어내는 것은 정치적으로 가장 손쉬운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기술의 디플레이션 효과가 확인되기 전까지 투자자들도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