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가 신규 입사자에게 적용하던 주식 보상 제한 규정인 ‘베스팅 클리프(vesting cliff)’를 폐지했다. 입사 후 일정 기간을 기다려야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던 관행을 없애고, 입사 즉시 주식 보상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격화하는 인공지능(AI) 분야 인재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주 직원들에게 이 같은 보상 정책 변경 사항을 통보했다. 베스팅 클리프는 스톡옵션이나 주식 보상을 받은 직원이 해당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최소한 재직해야 하는 기간을 뜻한다. 통상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은 신규 입사자의 조기 퇴사를 막고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1년의 베스팅 클리프를 둔다.
오픈AI는 앞서 지난 4월 이 기간을 업계 표준인 1년에서 6개월로 대폭 단축한 바 있다. 이번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제한 기간 자체를 없앴다. 피지 시모 오픈AI 어플리케이션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신규 입사자가 첫 번째 주식 배분 시점 전에 해고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AI 인재 쟁탈전이 '머니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 구글, 메타, 앤스로픽 등 경쟁사들이 S급 연구원 영입을 위해 1억달러(약 1430억원) 이상의 연봉 패키지를 제시하는 등 공세를 펼치고 있어서다. 오픈AI는 올해 주식 보상 비용으로만 매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60억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끄는 경쟁사 xAI도 올여름 베스팅 클리프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며 인재 영입에 나섰다. xAI는 머스크 특유의 고강도 업무 요구와 잦은 임원 해고, 최근 불거진 챗봇의 윤리적 논란 등으로 인해 채용에 난항을 겪어왔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의 24시간 근무 철학과 정치적 행보 탓에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던 xAI가 베스팅 기간을 줄인 후 입사 제안 수락률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테크 업계 연봉 데이터 플랫폼 '레벨스fyi'의 자히르 모히우딘 공동창업자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들이 전통적인 '1년 베스팅' 관행을 깨고 있다"며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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