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우주의 개념을 바꾼 발명품, 천문학을 집어 삼킨 망원경…</i>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JWST)을 가리키는 수식어다. 미국 워싱턴DC의 관문인 덜레스 공항 인근 노스롭그루먼 스페이스 센터는 인류의 우주사(史)를 바꿔놓은 역사적인 현장으로 평가받는다. 제임스웹이 탄생한 핵심 거점이어서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은 이곳을 한국언론 최초로 방문했다.

덜레스 스페이스 센터에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최첨단 우주 기술들을 실험하는 최전선인 탓에 '외계인 고문 현장'으로 통한다. 제임스웹도 여기서 탄생했다. 트로이 브래셔 노스롭그루먼 스페이스부문 부사장은 모든 우주 활동의 기본은 '우주 영역 인식'(SDA)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짚었다. 그는 "SDA는 우주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며 "우주에서 상업적, 연구적, 군사적 활동을 하려면 우주 공간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임스웹은 'SDA의 끝판왕'이다.
우주 공간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노스롭그루먼의 열정은 허블망원경의 후계자인 제임스웹 탄생으로 이어졌다. 제임스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총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우주망원경이다. 제2대 NASA 국장인 제임스웹의 이름을 딴 이 망원경은 지구 535㎞ 상공을 돌며 우주를 관측하는 허블과 달리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에서 우주를 관측한다.
브래셔 부사장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기술은 다섯 겹으로 된 '태양 차폐막'(sunshield)"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임스웹의 태양 차폐막은 테니스 코트 크기 정도로, 망원경을 태양으로부터 보호하고 약 45K(-380℉, -228℃)의 극저온으로 수동 냉각이 가능하다. 각 층은 머리카락 굵기 정도로 얇고, 퀼트처럼 꿰매어 접었다 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태양 차폐막은 태양과 지구를 향해 있는 양달 부분과 반대편 응달 부분으로 구분됐다. 양달 쪽에는 태양전지판과 우주선 제어 시스템이, 응달 쪽에는 우주의 빛을 수집하는 주거울과 수집한 빛을 되쏘아주는 보조거울, 그리고 4개의 관측장비가 있다. 주거울은 1.3미터 크기의 육각형 반사경 18개를 합쳐 만들었다.

거울 소재는 유리가 아닌 베릴륨 금속이며, 표면에 빛 반사율이 좋은 금을 입혔다. 주거울 지름은 허블(2.4미터)의 2.7배다. 허블보다 빛을 6.25배 더 많이 모으고, 시야각은 15배 이상 넓다. 덩치는 크지만 가벼운 베릴륨 금속을 쓴 덕분에 망원경 전체 무게(6.2톤)는 허블의 절반이다. NASA는 "허블보다 100배, 인간의 육안보다 100억배 더 강력한 성능으로 먼 우주의 희미한 물체를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시광선을 감지하는 허블과 달리 적외선 영역을 포착하기 때문에 더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브래셔 부사장은 "제임스웹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크고 복잡한 장비로, 인류의 발견과 탐구를 확장하고 있다"며 "수십억 년 전 우주의 기원을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을 우리가 만들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고 말했다. 빌 넬슨 전 NASA 국장은 제임스웹을 우주에 쏘아올리고 난 후 "마치 타임머신처럼 시간을 거꾸로 돌려 우리를 우주의 시작점으로 데려가는 망원경을 30여년에 걸쳐 만들었다"며 "우리는 이전엔 상상하지 못한 믿을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털링=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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