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33년간 유지된 판례를 뒤집고 해외에만 등록된 특허를 국내 기업이 사용할 때도 과세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배경에는 법무법인 가온의 치밀한 소송 전략이 있었다. 방대한 입법자료 분석과 10년 전 해외 소송 기록 발굴을 통해 기존 판례의 논리적 기반을 무너뜨린 것이다.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9월 18일 결론을 내린 SK하이닉스가 이천세무서를 상대로 낸 경정거부처분취소 소송의 핵심 쟁점은 한미조세조약상 ‘특허 사용’의 의미였다. 대법원은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관한 사용료라도 그 특허 기술을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하는 데 대한 대가라면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그동안 법원은 ‘특허는 등록된 나라에서만 쓸 수 있다’는 원칙을 들어 해외 특허 사용료에는 세금을 매길 수 없다고 봤다.
가온은 국세청과 함께 1970년대 한미조세조약 체결 당시 입법자료를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특허 등록지에서만 사용 가능하다(속지주의)’는 뜻으로 조약을 만든 게 아니라는 점을 증명했다.
SK하이닉스 측은 “라이선스 계약은 미국에서 소송 당할까 봐 맺은 것일 뿐 실제로 그 기술을 쓴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천세무서를 대리한 가온은 2011년께 SK하이닉스와 미국 특허권자 간 소송 기록을 찾아냈다. 당시 미국 회사는 “하이닉스가 우리 기술로 반도체를 만들었다”고 주장했고, 하이닉스도 이를 인정하며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특허가 등록되지 않은 국내에서도 ‘실질적 사용’이 이뤄질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강남규 가온 대표변호사는 “대법원이 경제 현실에 맞게 조약을 해석해 국가가 세금을 걷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 관련 법리로 진행 중인 불복 세액만 4조원이 넘는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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