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100.25
(66.91
1.61%)
코스닥
934.17
(3.17
0.34%)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임금체불·양육비 미지급…35개 기관 법률구조 서비스 한곳에"

입력 2025-12-14 18:21   수정 2025-12-15 00:36


김영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사법연수원 21기)은 1주일에 한두 번은 경북 김천의 본부 건물을 나선다. 134곳이나 되는 전국 지부·출장소를 찾아가 법률구조 현장의 직원을 만나기 위해서다. 함께 식사할 형편이 안 되면 빵, 커피라도 사 들고 방문해 티타임을 가진다. 김 이사장은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단의 현실을 생각하면 책상 앞에만 앉아 있을 수 없었다”며 “직원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듣고 설득해야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지 않았다면 ‘전 직원 연봉 감액’과 같은 합의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퇴직충당금 부족으로 출구를 찾지 못하던 공단 노사는 지난 9월 노동조합원 86.3%의 찬성으로 전 직원 연봉을 줄이는 대타협을 이뤄냈다. 4년간 중단됐던 신규 채용도 재개됐다.

24년간 검사로, 10년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한 김 이사장은 “대한민국 법률복지 생태계를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다”며 “내년 1월에는 인공지능(AI) 기반 통합 플랫폼으로 ‘AI 법률구조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왜 김앤장을 그만두고 공단에 오셨습니까.

“법조인은 남을 도와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24년 검사, 10년 전관 변호사로 일했는데 지금이 가장 살맛 납니다. ‘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억울함을 안고 사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초심을 되새기게 합니다.”

▷취임 8개월, 현재 공단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AI 법률구조 시대를 여는 일입니다. 내년 1월 AI 법률구조 통합시스템 출범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AI 법률구조 통합시스템이 뭔가요.

“법률구조와 관련한 35개 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국민이 겪는 생활 법률 문제를 AI가 먼저 진단하고 어느 기관에 어떤 순서로 가야 하는지 끝까지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기존 시스템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임금 체불이나 양육비 미지급처럼 법률구제가 필요한데 어디로 가야 할지부터 막히는 분이 많습니다. 고용노동부인지, 양육비이행관리원인지, 우리 공단인지 헷갈리죠. 앞으로는 AI 법률구조 통합시스템에서 ‘임금 체불’ 메뉴를 선택하고 상황을 입력하면 고용노동부 진정 단계인지 공단 소송 단계인지 한 화면에서 확인하고 바로 연결됩니다.”

▷함께 출범하는 ‘인공지능 컨택센터’(AICC)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단순하고 반복적인 상담은 챗봇과 콜봇이 먼저 처리하고, 고령자·장애인과 복잡한 사건은 전문 상담사가 이어받습니다. 디지털 격차와 법률서비스 격차를 동시에 줄이려는 거죠.”

▷법률구조 현장은 어떻게 달라지나요.

“AI 통합시스템은 법률복지를 ‘기다리는 제도’에서 ‘찾아가는 복지’로 바꿀 것입니다. 서울 중랑구, 경기 남양주 등과는 업무협약을 맺어 사회복지 공무원이 법률구조가 필요한 분을 발견하면 즉시 AI 시스템에 입력해 공단 상담으로 연결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경제적 이유나 정보 부족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분들이 없도록 돕는 게 공단의 몫입니다.”

▷구조 실적도 개선될까요.

“공단이 구조한 임금 체불 금액은 2020년 1조99억원에서 2024년 5589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인력 부족과 함께 최종 3개월 평균임금 400만원 이하 근로자만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한계가 겹친 결과입니다. 내년 AI 법률구조 통합시스템 도입과 지원 기준 완화로 구조 실적을 다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소상공인 법률지원 실적은 어떤가요.

“지난해 10월부터 연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까지 지원 대상을 넓힌 뒤 현장 수요가 꾸준히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소상공인 법률지원 사건은 약 683건으로 전년 대비 5.4% 늘었어요.”

▷전 직원 연봉 감액, 어떻게 가능했나요.

“지난해 사업비에서만 약 70억원 적자가 났고 퇴직충당금도 크게 부족했습니다. 이대로는 공단이 버티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은 내부에 있었습니다. 취임 후 7개월간 전국 80곳을 방문해 590명의 직원을 만났어요. 대화하면서 공감대를 넓혀갔죠.”

▷노조 스스로 감액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마지막에 ‘우리 공단이 좌초하면 결국 피해는 사회적 약자들이 본다’는 공감대가 생겼습니다. 일반직 노조원 약 478명 중 89.9%가 투표에 참여해 86.3%가 임금 감액에 찬성했습니다. 절반이 넘는 조직원이 양보해 줬다는 점에서 정말 큰 성과죠.”

▷구체적으로 얼마나 감액했습니까.

“간부급은 이미 3~4년 임금을 동결했고, 저도 2년 전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전 직원은 처우 개선분의 12분의 2를 감액했고, 사무총장도 아예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신규 채용을 한다고요.

“퇴직충당금 부족분을 상당 부분 메우면서 4년 만에 일반 상담직 채용을 재개했습니다. 현재 일반 직원 38명과 변호사 13명을 뽑고 있어요.”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까요.

“공단 소속 변호사 수는 수년째 10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법무관 인력이 2016년 175명에서 올해 32명으로 급감하면서 인력난이 심각해졌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이후 18개월 일반 현역 복무를 선호하면서 장기 복무를 기피한 결과입니다. 이번 신규 채용에 이어 내년에도 채용을 계속 늘려갈 계획입니다.”

▷법률구조 서비스는 무료인가요.

“맞습니다. 법률구조 적립금에서 변호사 보수 등을 부담하기 때문에 대다수는 무료로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공단 변호사 보수는 대법원 기준의 32% 수준에 불과합니다. 승소액 기준 5000만원에 125만원, 압류나 채권 가압류 같은 절차는 7만원 수준입니다.”

▷복지 측면에서 법률보호가 왜 중요한가요.

“복지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생계급여와 현금 지원은 기본이고, 부당한 대우를 막아 국민의 권리가 실제로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현재 필요한 복지입니다. 30여 년간 법조인으로 활동하며 진실이 밝혀질 때 당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통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보호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감각, 그것이 진정한 복지라고 믿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처럼 법률복지기금 조성"
공단 적립금 쪼그라들어…소액기부로 새 재원 마련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새로운 재원 마련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김영진 이사장은 지난 12일 인터뷰에서 법무부에 고향사랑기부제를 모델로 한 ‘법률복지기금’ 제도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등록 변호사 4만여 명을 중심으로 전 국민 소액 기부 문화를 조성해 법률복지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김 이사장은 “기부자에게는 세제 혜택을 주고, 사회적으로는 법률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단의 무료 법률지원 적립금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자기 사업 분야에 맞춰 출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임금 체불은 고용노동부, 성폭력·가정폭력은 성평등가족부,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금융위원회가 지원한다. HD현대중공업 기금은 산재 사고 피해자, 신한은행 기금은 도시 영세민 사건, 국민은행 기금은 개인회생·파산·학교폭력, 농협 기금은 농어민 관련 사건에 쓰인다.

공단 법률구조 적립금 잔액은 2020년 말 298억원에서 올해 9월 107억원으로 줄었다. 김 이사장은 “공단 출범 초 신한은행이 출연한 500억원 도시영세민 기금이 거의 소진돼 내년이면 고갈될 것”이라며 “개인회생·파산 사건 기금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가 제시한 것이 법조인 중심 소액 기부 문화 확산이다. 그는 “등록 변호사만 4만 명이 넘는데 10만원씩만 참여해도 상당한 재원이 조성된다”며 “공단 취지에 공감하는 법조인과 국민이 함께하는 소액 기부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부금은 특정 사건 유형에 국한되지 않고 필요한 곳에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어 현 적립금 운영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단은 기준중위소득 125% 이하 국민(4인 가족 기준 월소득 716만원 미만)에게 무료 법률구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적립금에서 공단 변호사 보수를 부담하기 때문에 당사자는 비용을 내지 않는다. 공단 변호사 보수는 대법원 기준의 32% 수준이다.

김영진 이사장은…

△1963년 경북 안동 출생
△1981년 서울 경희고 졸업
△1985년 고려대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1992년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
△2008년 대검찰청 형사2과장 및 조직범죄과장
△2010년 법무부 대변인
△2015년 수원지검 제1차장검사
△2016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2025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정희원/허란 기자 tophee@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