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추이는 일반 종목이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도 활용할 수 있다.
금, 은, 구리(동)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일반적으로 채굴 기업 주가도 함께 상승한다. 광산·장비 운영비와 인건비 등 채굴 원가는 비교적 일정한 반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마진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적 개선으로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기대까지 더해지면 주가는 원자재 가격 상승폭보다 더 오르기도 한다.

미국 증시에서도 금값을 추종하는 ETF보다 금 채굴 기업으로 구성된 ETF가 더 높은 수익을 냈다.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금에 투자하는 ‘SPDR 골드 셰어스’(GLD)의 수익률은 61.13%였고, 금광 기업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MSCI 글로벌 골드마이너스’(RING)는 140.04% 급등했다. 다만 채굴 기업은 각국 정부의 규제나 안전사고, 지정학적 위험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만큼 주가 변동성이 원자재 자체보다 크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반대로 금속 가격이 오르면 실적에 타격을 받는 기업도 있다. 금·은·동 등을 원재료로 전자부품이나 산업용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원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소형 업체가 많은 전자부품 제조업체는 고객사에 가격을 전가하기도 어려워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공공 프로젝트 수주가 매출의 주축인 태양광·풍력 설비업체도 수익성이 악화하는 사례가 많다.
밀을 비롯한 곡물, 커피, 코코아 등의 가격은 식품·제과 기업의 실적과 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들 기업은 원가 비중이 높은 데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라면, 과자 등 일반 소비재를 판매하는 만큼 제품 가격을 인상해 마진을 방어하기도 어렵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원가 비중은 15~20%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 5년간 커피 선물 가격이 약 215% 상승하면서 스타벅스 영업이익률은 2021년 18.1%에서 올해 9.9%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주가는 17.14% 하락했다. 이 기간 S&P500지수가 86.37%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원유 가격은 조금 다르다. 단기적인 가격 변동이 정유사 실적에 곧바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제품으로 판매하기까지 약 한 달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가가 꾸준히 오르면 정제마진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공급자 우위 여건에서 정유사가 제품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할 수 있어서다. 원유는 지난달 가격이 적용되고, 석유 제품은 이달 가격을 반영하면서 마진이 확대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항공사는 항공유 가격이 하락할 때 수혜를 보는 대표 업종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가 하락이 항공사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고환율 때문에 유류비 절감 효과가 예전만 못해서다. 항공사들은 통상 달러로 유류비를 결제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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