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구리 등 주요 금속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제 은값은 올 들어 100% 가까이 급등했고, 금과 구리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와 산업 구조가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는 만큼 원자재 투자를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은 각국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수요까지 몰리며 가격이 치솟았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 규모는 1045t으로, 3년 연속 1000t을 넘겼다. 2010~2021년 평균치(475t)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중국 러시아 중동 등 비(非)서방 국가는 달러 가치 하락과 지정학적 불안에 대비해 안전자산을 확대하고 있다. WGC는 올해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지난해 수준이거나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증시로도 번지고 있다. WGC에 따르면 올 3분기 전 세계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금 보유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2t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구리는 세계 생산량의 85% 이상이 산업용으로 쓰인다. 송전·통신용 케이블, 반도체, 자동차, 조선, 건축, 설비 등 광범위한 산업군에서 필요하다. 금리가 내려가는 시기에는 기업 투자 확대에 따라 구리 수요도 늘어난다. 최근에는 AI 인프라와 방위산업의 확장으로 구리 가격이 추가 상승 중이다.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수요는 최근 2~3년 새 급격히 늘었지만 광산 개발에는 평균 7~10년이 걸린다. 정부 규제 등으로 주요 광산의 예상치 못한 가동 중단까지 발생하면 공급 차질은 더욱 심해진다.
은과 구리도 비슷한 구조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은 전문 시장조사업체 실버인스티튜트는 지난해 세계 은 공급량이 수요보다 약 15%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역시 약 1억 트로이온스의 수요 초과가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내년부터 구리 시장이 구조적 공급난에 진입할 수 있다”며 “전력 인프라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다 실용적인 투자 방식은 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이다. 이 중 유동성과 거래량은 ETF가 더 우세하다. 금·은·구리 중에서는 금 ETF 종류가 가장 많다. 국내 상장 ETF로는 국제 금값을 추종하는 ‘KODEX 금액티브’, ‘SOL 국제금’, 한국거래소(KRX) 금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ACE KRX금현물’ 등이 있다. 국내 금값을 따르는 상품은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간혹 국제 시세보다 국내 금값이 비싸지는 ‘김치 프리미엄’ 현상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금과 은에 동시에 투자하고 싶다면 ‘TIGER 금은선물(H)’ 등도 있다. 금과 달러 자산에 함께 투자하려면 미국 상장 ETF도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금값이 오르더라도 환율이 하락하면 수익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KRX 금 현물 시장에서는 금을 1g 단위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실물 금과 달리 매매 과정에서 부가가치세와 양도소득세가 면제돼 세제상 유리하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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