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철강 수출금액은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246억4200만달러(약 36조4000억원)를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7.4% 줄었다. 팬데믹 수요 절벽이 발생한 2020년 후 가장 작은 규모다. 정부의 저가 수입 철강 차단 및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 등 덕분에 내수는 버티겠지만 수출 경쟁력은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많다.

14일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한국의 철강 수출금액은 지난 10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총 45억2600만달러(약 6조6900억원)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5.1% 줄었다. 2022년 4분기(-22.72%) 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강재별로 보면 대미 수출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강관(금속 파이프)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 기간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9.0% 급감한 3억6200만달러에 그쳤다.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로 대미 수출이 49.9% 급감한 1억3000만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올해 2월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6월에는 50%로 세율을 인상했다.
수출 규모가 가장 큰 판재류(열연·냉연 강판 등) 수출도 같은 기간 32억3500만달러로 13.2% 감소했다. 철근과 H빔 등 봉형강류 수출은 12월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4분기 누적 기준으로 6.1% 줄었다. 전분기(-1.9% 감소)보다 감소폭이 세 배로 커졌다. 건설 경기 침체로 내수 부진을 극복해야 하는 중국이 봉형강과 반제품(빌릿)을 중심으로 수출 물량을 쏟아낸 탓이다. 중국의 올해 1~10월 철강 수출은 1년 전보다 6.6% 늘어 사상 최대인 9774만t을 기록했다.
고부가가치 판재를 생산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일부를 제외한 중소 철강회사들은 생존 위기에 처했다. 국내 대표 강관 수출기업인 세아제강은 지난 3분기 5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78년 역사의 강관업체 미주제강은 출혈 경쟁을 견디지 못해 지난 9월 폐업했다.
한국 철강산업의 연간 수출 총액은 올해까지 3년 연속 5% 이상 줄어 팬데믹 이후 최악으로 뒷걸음질할 전망이다. 권지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부진과 저가 수입재 유입 증가, 내수 부진까지 철강산업의 3중고 국면이 고착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내년 하반기 시행을 앞둔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도 대형 철강업체의 수익성 개선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저탄소 판재·특수강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권 연구원은 “정부 주도로 공급과잉 해소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 등 고로 운영회사에 지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구체적인 감산 계획을 내놓는다면 업황 회복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각국 정부의 보호무역 조치 강화로 중국의 수출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며 “내년 제15차 5개년(2026~2030년) 계획에 구조조정을 포함하는 구체적 감산 조치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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