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형강 강관 등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 철강회사 상당수는 더는 버티기 힘든 한계 상황에 놓였다. 78년 역사의 강관 제조사인 미주제강이 제살 깎아 먹기식 가격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9월 결국 문을 닫은 게 단적인 예다. 적자 기업이 늘면서 포스코를 포함해 350여 개 관련 기업이 입주한 국내 최대 철강 산업단지인 포항산단도 급속히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지금 비상등이 켜진 제조업은 철강만이 아니다. 올해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넘는다지만 반도체와 선박, 바이오헬스 등을 빼면 대부분 업종에서 되레 마이너스다. 15대 주력 품목 가운데 철강, 석유화학, 일반기계, 디스플레이 등 무려 10개 품목의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라면 철강과 석유화학은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더 줄어든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와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의 위기는 시장 변화에 맞춘 빠른 산업 재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일본은 선제적인 범용 라인 자율 축소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로 중국의 밀어내기 공세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반면 우리는 정부와 철강업계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의 산업 구조조정을 얘기하지만 어떤 가시적인 결과물도 나오지 않고 있다. 서로 눈치를 보는 기업 간 자율 구조조정이 여의치 않다면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요구된다. 철강산업 재편을 지원할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도 국회를 통과한 상태다. 위기에 처한 주력 산업을 지켜내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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