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산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여수 3공장을 없애는 데 뜻을 모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적 사업 재편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이 공장이 문을 닫으면 ‘석유화학 사업 재편’ 신호탄을 쏘아 올린 충남 대산 롯데케미칼 공장(110만t)을 더해 국내 에틸렌 생산량은 총 157만t 줄어든다. 정부가 제시한 감축 목표치(270만~370만t)의 절반가량이 채워지는 셈이다. 구조조정의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 한화·DL 간 원료 공급 계약이 지난 12일 마무리돼 지지부진하던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정부는 에틸렌 감축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여천NCC와 여수 롯데케미칼 공장 통폐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통상부가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을 한꺼번에 재편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외부 컨설팅을 통해 통합 재편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각사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천NCC를 분할해 재통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내 에틸렌 감축 목표 절반 채워…"통합 재편 위한 외부컨설팅 돌입"
두 회사는 공급 가격에 이견을 보이며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시한(연말)이 다가오면서 외부 컨설팅을 통해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아가 여천NCC는 당분간 3공장(47만t)을 가동하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판단해 폐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를 통해 각각 90만t, 91만5000t의 생산능력을 갖춘 1, 2공장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추진하는 대산 석화단지 통폐합 사례처럼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여수 석화단지 사업 재편의 첫 단추는 끼웠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통폐합을 사업 재편 원칙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여천NCC 일부 설비를 폐쇄하는 것만으로는 반쪽짜리 구조조정에 불과하다”며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의 파격적인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여천NCC 공동 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이 가세하면 셈법이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석유화학산업 사이클이 회복할 경우에 대비해 소극적인 사업 재편을 주장하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수 산업단지의 또 다른 축인 LG화학과 GS칼텍스 간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일부 설비가 노후화한 LG화학은 최신 설비를 갖춘 GS칼텍스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각각 연 200만t, 9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여수에 보유하고 있다.
울산 산단에서도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3사가 외부 컨설팅 기관의 조언을 받고 있지만 셧다운 대상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 재편 데드라인을 연말로 정했지만 이를 어겨도 페널티 부과 등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며 “과잉 공급을 초래한 대주주의 결단과 정부의 유인책이 조화를 이뤄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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