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마닐라 베이에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야외 수영장 수면 위로 붉은빛이 천천히 번졌다. 바닷바람을 타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풀사이드 바에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칵테일 셰이커 소리가 리듬처럼 느껴졌다. 기분 좋은 바닷바람이 분주한 일상을 날리고 평화로운 기분을 가져다줬다.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차로 10여 분이면 도착하는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는 단순한 숙소를 넘어 하나의 여행지에 가까웠다. 3박 4일간 리조트 안에만 머물렀지만 여행 일정이 빠듯하다 느껴질 정도로 즐길거리가 차고 넘쳤다.
객실 커튼을 열면 마닐라 베이와 함께 부드러운 햇살이 밀려 들어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오는 순간부터 여러 선택지가 떠오른다.가장 먼저 향한 곳은 실내 사격장 ‘스카이 레인지(Sky Range)’. 25미터 사격장 15레인, 50미터 사격장 5레인을 갖추고 있다. 실제 권총과 소총 사격이 가능하며 모든 레인은 특허받은 스마트 패드 시스템으로 제어된다. 실내 사격장 개발 및 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 기업인 액션 타깃(Action Target) 시스템이 설계했다. 고객들은 안전한 Level 5의 방탄 투시창 뒤에서 실제 사격을 경험할 수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가상 사격장도 준비돼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도 부담이 적다.

1740석 규모의 더 씨어터(The Theatre)는 공연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풍부한 오디오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최첨단 음향 시스템을 갖췄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페라, 콘서트, 발레 등 세계적인 수준의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2200명까지 수용 가능한 그랜드 볼룸(Grand Ballroom)은 결혼식, 컨벤션, 세미나, 기업 미팅, 연회까지 어떤 종류의 행사도 불편함 없이 개최 가능하다.
올해 8월 문을 연 '솔레어 스포츠 클럽(Solaire Sports Club)'에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운동에 열중할 수 있었다. 스크린골프, 피클볼 코트 2면, 빠델(Padel) 코트 2면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멀티 스포츠 시설이다. 테니스와 탁구를 섞은 듯한 피클볼은 공이 가볍고 규칙이 단순해 처음 접해도 금세 몰입하게 된다. 전문 코치의 일일 강습도 예약할 수 있다. 일행과 “한 판만 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해 질 무렵, 자연스럽게 1층 로비에 위치한 야외 수영장으로 향했다. 카바나에 앉아 마닐라 베이의 석양을 바라보니 이 리조트가 왜 ‘노을 명소’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수영을 즐기지 않는 방문객들도 바닷바람과 칵테일 한 잔을 즐기기 위해 수영장에 모여든 모습이었다. 일정 중간엔 페이셜·바디 마사지 등을 받을 수 있는 스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짧은 휴식으로 피로를 단숨에 회복할 수 있었다.
솔레어에서의 매 식사는 단순한 끼니 해결을 넘어 미식 경험에 가까웠다. 총 17개의 레스토랑과 바가 리조트 내에서 운영되고 있다. 186석 규모의 중식당 ‘레드 랜턴(Red Lantern)’은 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서 매일 공수한 재료로 북경오리, 애저구이 등 고급 중식을 선보인다. 딤섬 한 점만으로도 재료의 신선함이 확연히 느껴졌다.150석 규모의 일식당 ‘야쿠미(Yakumi)’는 도쿄 도요스 수산시장에서 주 2회씩 해산물을 직접 공수해온다. 오픈 키친에서 셰프의 손놀림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케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세계 각지의 주류도 음식의 풍미를 더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네스트라(Finestra)’에서는 미슐랭 출신 셰프 안드레아 스파고니의 파스타와 스테이크가 테이블에 오른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춘 내부 인테리어와 저녁에 펼쳐지는 재즈 피아노 공연이 잊지 못할 식사를 선사했다.
이 밖에도 뷔페 레스토랑 프레시(Fresh)와 24시간 운영되는 누들 전문 레스토랑 럭키 누들(Lucky Noodles), 한식 전문 레스토랑 기와(Kiwa), 2023년 10월에 해외에서는 최초로 오픈한 깐부치킨, 간단하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428석 규모의 푸드코트도 마련되어 있다.
솔레어 리조트는 베이 타워와 스카이 타워, 두 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으며 객실 수만 793개에 달한다. 규모만 놓고 보면 대형 리조트인데 청결도와 인룸 다이닝 등 세심함에서 느껴지는 객실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기본형인 디럭스룸은 43㎡ 규모다. 일반적인 해외 리조트의 스탠다드 객실보다 한결 여유로운 면적을 갖추고 있다. 침대와 휴식 공간, 업무용 데스크가 분리돼 있고, 욕조와 샤워부스가 각각 갖춰진 욕실은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다.
스위트 룸은 별도의 거실과 바, 55인치 LCD 텔레비전과 시어터 시스템, 워크 인 클로짓, 욕실 내 평면 텔레비전을 갖추고 있어 고급스럽고 아늑한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스카이 타워의 스위트룸에서는 통유리창 너머로 마닐라 베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머물러 화제를 모은 숙소는 베이 타워에 위치한 '체어맨스 빌라'다. 면적만 936㎡(약 283평)에 달하고, 층고는 최대 6.5m까지 올라간다. 전면 통유리와 테라스를 통해 마닐라 베이의 지평선이 그대로 들어온다. 별도의 거실과 다이닝 공간이 마련돼있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출입으로 조용한 동선이 확보된다. 1박 요금은 약 1500만원 선이며 일반 예약이 어려운 VIP 특화 객실이다.
객실 경험을 더욱 완성시키는 요소는 예술작품이다. 솔레어 리조트 곳곳에는 필리핀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 3000여 점이 배치돼 있다. 로비와 공용 공간은 물론, 객실층 복도와 일부 객실 내부에도 예술 작품이 있다. 리조트를 이끄는 엔리케 라존 주니어 회장의 개인 컬렉션으로, 공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으로 느껴졌다. 필리핀 재계 서열 2위로 꼽히는 엔리케 라존 주니어는 글로벌 항만 운영사 ICTSI 회장이자, 솔레어를 운영하는 블룸베리 리조트 코퍼레이션의 수장이다.
솔레어 리조트가 특히 한국 여행객에게 잘 맞는 이유로는 우선 접근성이 꼽힌다. 인천공항에서 4시간 남짓의 부담 없는 비행 시간과 1시간의 시차는 부모님을 동반한 가족여행으로도 손색이 없다.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리조트까지 이동도 10여분이면 충분해 짧은 휴가 기간이더라도 이동 시간 낭비없이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솔레어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것도 안 해도 만족스럽다”는 데 있었다. 관광지 체크리스트를 채우지 않아도, 일정에 쫓기지 않아도 쉬고, 먹고, 즐기는 모든 경험이 한 공간 안에서 이뤄졌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도 제격이다.
한식부터 중식·일식·이탈리안까지 선택지가 풍부하고 재료와 조리 수준이 검증돼 있어 여행 내내 식사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 향신료 등 요리 때문에 여행 만족도가 갈리는 경우가 잦은 기존의 동남아 여행지와 달리 한국 여행객에게 ‘실패 확률이 낮은 미식’을 제공한다.
솔레어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윤이나 선수의 메인 스폰서가 바로 이곳이다. 최근에는 배우 현빈을 글로벌 홍보대사로 발탁하며 한국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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