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필옵틱스 주가가 지난주 10% 넘게 뛰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유리기판 상용화 속도를 내겠다는 소식이 주가 상승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입니다.
필옵틱스는 유리기판 관련주로 불립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유리관통전극(TGV) 장비를 상용화한 데 이어 연초 유리기판 제조 핵심 공정 중 하나인 절삭(싱귤레이션) 장비를 세계 최초로 글로벌 업체에 공급하면서죠. 유리기판은 현재의 반도체 기판에 사용되는 유기 소재 대신 유리를 채택한 제품입니다. 전력 소비량이 절반가량 적고, 데이터 처리량이 약 8배 많아 ‘꿈의 기판’으로 불립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필수품으로 꼽히고 있죠.
최근 필옵틱스 주가가 급등한 배경도 유리기판 상용화 기대감 때문입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투자 전문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유리기판 관련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삼성그룹은 올 들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과 협력해 유리기판을 활용한 패키징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세종공장에서 유리기판을 개발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를 ‘유리 인터포저’로 대체하는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필옵틱스의 실적은 부진한 상황입니다. 유리기판 사업이 초기 단계인데다가 주력 사업인 디스플레이 장비 관련 분야가 침체에 빠지면서죠. 지난해 연결 기준 4109억원에 달하던 매출액은 올해 1300억원대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입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할 것이란 의견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필옵틱스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IR 담당자에게 향후 유리기판 사업 계획과 회사 현황 등을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필옵틱스 IR 담당자와의 일문일답.
▷최근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저하됐다고 들었다.
"필옵틱스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필에너지(2차전지 장비기업) 모두 인력이 늘어난 데 따른 비용 증가가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매출이 확대되어야만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이는 산업이 우호적 사이클에 진입해야 가능합니다. 이 속에서 기업이 제어 가능한 영역은 우수한 제품 개발입니다. 비교적 수익성이 우호적인 제품을 늘려나가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마진율 개선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더불어 고객 또한 확대되어야 합니다. 기술력이 우수하면 자연스레 고객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입니다. 이는 긴 호흡을 가지고 대응할 이슈라고 판단합니다. 다행히 이러한 방향에 부합하는 성과가 나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AI 반도체와 관련해 실적 수혜가 있는가
"반도체 부문과 관련해서는 긴 안목으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유리기판 산업에 진입한 배경은 반도체 산업 내 발열과 전력 손실 등의 이슈가 장기적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죠. 당장 수치적으로 반도체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선제적으로 기술을 내재화하여 수주·출하 실적을 하나둘 거두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더 분명한 성과를 낼 걸로 기대합니다."
"필옵틱스와 필에너지 모두 중대한 기로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무엇보다 기술력이 중요한 만큼 기술력 기반으로 펀더멘탈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 이슈를 지나 안정적인 구간에 접어들 때 합리적인 재무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앞으로 3년 뒤 회사의 포트폴리오 비중 변화를 어떻게 그리는지
"필옵틱스는 설립부터 현재까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의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다만 유리기판 산업이 부각되면서 반도체 부문의 매출도 확대되는 추이입니다. 이러한 기조는 계속해서 이어질 걸로 내다봅니다. 유리기판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져 양산의 단계로 접어든다면 자연스레 반도체 부문의 매출 확대에는 더 속도가 붙을 걸로 내다봅니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폴더블폰이나 모빌리티 등 새로운 제품군이 끊임없이 등장하기 때문에 견조한 수요가 이어질 걸로 기대합니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가운데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을 확대하는 모습을 예상합니다."
▷디스플레이·반도체·2차전지 중 현재 해외에서 반응이 가장 좋은 분야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업 분야는 반도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리기판이라는 새로운 부문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이와 연계한 것입니다. 필옵틱스는 국내에서 유리기판에 이목이 쏠리기 훨씬 이전부터 관련 연구개발(R&D)을 진행하며 기술 내재화를 하였습니다. 이런 발 빠른 움직임 덕에 국내외 여러 기업과 협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적 진입 장벽을 확고하게 구축한 결과, 유리기판 공정 장비의 수주·출하 트랙레코드를 쌓고 있습니다."
"많은 장비 업체들이 유리기판 산업에 뛰어드는 때 필옵틱스의 수주·출하 실적은 차별화 포인트라고 자부합니다. 이미 국내외 여러 기업과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밸류체인 내 중요한 입지를 다진 만큼 앞으로 더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망합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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