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5일 17:2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3월 주주총회 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던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미국 정부가 공동 설립하는 합작법인(JV)이 고려아연의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다. 지난해 해외 법인을 통한 상호주 구조를 통해 경영권 방어를 시도했던 고려아연이, 이번에는 미국 JV를 통해 새로운 전략을 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정부와 JV를 설립해 신주를 발행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미국 측이 인수하는 신주 지분은 10% 남짓, 고려아연 측이 인수하게 되는 신주 지분은 9.9% 수준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신주 취득 지분이 모두 10%를 넘지 않아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44%, 최 회장 측(우호 지분 포함)이 32%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할 경우 양측의 지분 격차는 거의 없어지게 된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9월 13일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통해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면서 본격화됐다. 영풍·MBK 연합 측은 고려아연의 지분을 주당 66만원에 최대 302만4881주(14.61%)까지 사들이겠다고 했다. 응모가 기대에 못 미치자 가격을 75만원으로 올렸다.
이에 고려아연은 글로벌 PEF 운용사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자사주 매집을 선언했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공개매수가는 83만원으로 영풍·MBK 연합이 제시한 75만원보다 무려 8만원 더 높은 가격이었다. 영풍·MBK 연합은 곧바로 공개매수가를 고려아연이 제시한 83만원으로 올렸고, 고려아연 역시 다시 한번 공개매수가를 89만원으로 올렸다. 이같은 공개매수 전쟁으로 영풍·MBK 연합 측은 지분 5.34%를 얻었고, 고려아연은 자사주 9.85%를 확보했다.
곧이어 같은해 10월 고려아연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 유상증자도 추진했지만, 이는 금융감독원의 문제 제기와 정정 요구로 결국 철회됐다.
올해 1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고려아연이 상호주 카드를 꺼내 들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윤범 회장이 주총 전날 기습적으로 고려아연 호주기업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지분 10% 이상을 확보해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 의결권을 무력화시키면서다. 영풍·MBK 연합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고려아연은 표결절차를 강행했고 고려아연 측이 강조해 온 집중투표제 안건은 임시주총을 통과했다.
영풍·MBK 연합은 곧바로 임시주총 결의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제기했다. 법원은 SMC가 유한회사라는 점에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인해 임시주총을 통과한 최 회장 측 이사 선임 안건은 무효화됐고, 양측은 지난 3월 다시 정기주총에서 맞붙었다. 이때 최 회장은 SMC 지분을 주식회사 형태의 썬메탈홀딩스(SMH)로 돌려 새로운 상호주 관계를 형성해 영풍 의결권을 제한했다. 최 회장 측은 SMH가 호주 회사법상 명백한 주식회사에 해당하는 만큼, 고려아연?SMH?영풍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새로운 상호주 관계를 형성했고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풍·MBK 연합은 상호주 관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영풍은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지분 전량(25.42%)을 신설 유한회사인 와이피씨(YPC)에 현물 출자했는데, YPC는 유한회사여서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YPC를 통해 의결권 제한을 회피한 구조는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효력이 없다고 반박하며 양측의 법적 공방은 여전히 진행중인 상황이다.
이 가운데 최 회장이 미국 제련소 건설을 명분으로 또다시 상호주 활용 카드를 꺼내들며 판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번에는 최 회장 측의 의결권 제한을 피하기 위해 상호주 지분을 10% 미만으로 유지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번에는 지분이 10%를 밑돌아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만큼, 유상증자의 실질 목적을 둘러싼 판단이 분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영풍·MBK 연합은 조만간 이날 이사회에서 의결된 신주발행 결정을 무효화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할 예정이다. 영풍·MBK 연합 관계자는 "고려아연 이사회는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설명 절차 없이 대규모 해외투자와 지배구조 변동 안건을 졸속 처리했다"며 "고려아연의 장기적 지속가능성과 주주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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