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기성세대 좋은 쪽으로만 자꾸 정책 방향이 결정되고 이러면 우리는 어떻게 먹고살고, 노후는 어쩌라는 거냐"</i>
넥스트포티 세대인 20대 남성 최모씨는 최근 정치권을 보고 무력감을 느꼈다고 한다. '쪽수'가 적은 넥스트포티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정치·경제 현안 판단이 영포티 세대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청년들의 미래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지점 가운데 하나가 4050세대와 2030세대의 정치 성향이다. 특히 같은 남성 집단 내에서 이러한 간극이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 관측된다.
스스로를 이른바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으로 규정하며 인구로 밀어붙이는 진보 성향의 4050세대와 훈계식 태도, 구조적 불평등에 반감을 느끼는 2030들의 정서가 맞부딪히면서 세대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표 계산서 밀린다"…넥스트포티의 구조적 열위
정치권에서 영포티는 86세대 이후 주류 권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인구 구조적으로 영향력 이 가장 강력한 세대다. 국가데이터처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4년 11월 1일 기준 50대(871만3000명, 16.8%)와 40대(780만9000명, 15.1%)가 연령별 인구수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20대(630만2000명, 12.2%)와 30대(694만8000명, 13.4%)는 머릿수에서 밀렸다.그래프를 그려 추계를 보면 갈수록 심해지는 격차를 체감할 수 있다. 2025년 현재는 그나마 다이아몬드형에 가까운데, 20년 뒤에는 역삼각형 구조로 바뀐다. 인구 구조 변화와 맞물려 국가의 미래인 청년의 목소리는 점점 줄고, 정치의 고령화가 한층 심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치가 '표 싸움'인 만큼, 거대 양당의 정책 수혜와 의제 설정은 가장 많은 표가 되는 4050세대를 위주로 돌아간다는 평가가 많다. "청년 정책이 실종됐다"는 해묵은 지적이 굵직한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최근 국회 논의 아젠다는 영포티 세대의 인구 구조적 우위를 여실히 보여준다. 청년층의 거센 반대에도 '연금 개혁'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최근 민주당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정년 연장이 가뜩이나 어려운 청년 고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청년들 목소리가 또 묵살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곳곳에서 나온다. 논의 막바지에 청년TF가 출범하고, 임금피크제나 노동시간 조정 등 중요한 논의가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진 탓이다.
30대 남성 박모씨는 "연금 개혁 때도 젊은 국회의원들이 뭉쳐서 그렇게 목소리를 냈는데 묵살당하지 않았느냐. 정년 연장 문제도 결국 기성세대 정치인들의 '표 계산'에 딱 맞아떨어지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이거야말로 우리 입장에서는 속수무책 아닌가"고 반문했다.
◇ "설마 2찍?" 빅 스피커의 조롱…청년들의 '정치 가출'
이 가운데 인구 구조적 우위를 점한 4050세대의 상당수는 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성향이 공고한 반면, 2030 남성은 상대적으로 보수 지지세가 강하다는 점이 세대 간 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정치색을 바탕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한국갤럽의 2024년 정치 성향 조사 종합 결과, 40대(진보 28%·보수 24%)와 50대(진보 35%·보수 27%)는 진보 지지도가 높았다. 반면 20대 남성(진보 19%·보수 31%), 30대 남성(진보 22%·보수 33%)에서는 보수 지지자가 더 많았다. 6·3 대통령선거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20대 이하 남성의 약 74.1%, 30대 남성의 60.3%가 보수 후보에 투표하며 성향의 양극화가 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가장 최근인 지난 11월 갤럽 조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서로를 향한 혐오의 언어를 양산하며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2030 남성들을 향해 사용하는 '이대남', '2찍' 등 멸칭과, '영포티'가 최근에 부정적인 표현으로 쓰이는 게 대표적이다. 그 중 2030세대를 비하하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들은 네티즌 간 언쟁 차원을 넘어 진보 진영의 '빅 스피커'들 사이에서 나와 종종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예컨대 이재명 대통령은 2024년 총선 유세 도중 2030 남성들을 향해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물었다. 대표적인 민주당 논객인 유시민 작가는 지난해 2030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겨냥해 "쓰레기통 속에 가서 헤엄치면서 왜 인생의 일부를 허비해야 하냐", "나는 '쓰레기야, 너희들'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발언하며 크게 논란이 됐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8~9월 일부 2030 남성이 '극우화'됐다고 언급해 갑론을박이 나왔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9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촉발한 '청년 극우화론' 논란에 대해 "본인의 자리를 영점 혹은 절대 선이라 생각하는 계급주의에 근간을 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서는 여권 유튜브에서는 '영포티' 저격에 대한 4050세대의 반발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주된 반박은 "너네는 나이 안 먹을 것 같냐", "아무리 그래도 보수를 어떻게 지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너네가 무슨 고생을 해봤냐" 등이다.
상대적으로 넥스트포티 남성의 경우 또래 여성에 비해 보수 성향이 짙고, 영포티 세대는 남녀를 불문하고 진보 성향이 강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세대별로 20% 안팎은 해당 세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정치 성향과 다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특정 세대를 하나의 정치적 색채로 단정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논란들이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더 유발하며 사회적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저해하고 소외를 자극하는 세대 격돌이 사회 전반에 불신을 확산하고 활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정당 지지가 없는 무당(無黨)층 비율이 높다는 일관된 흐름이 확인된다. 20대의 경우, 40% 안팎으로 절반 가까이가 무당층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공개한 '청년 삶의 질 2025' 지표에선 한국 청년들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9~34세 한국 청년의 삶의 만족도는 지난해 10점 만점에 6.7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8개국 중 31로 하위권에 해당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기력함을 느끼는 청년의 번아웃 경험률은 지난해 32.2%였다. 남자(28.6%)보다 여자(36.2%)의 번아웃 경험률이 7.6%포인트 더 높고, 연령대별로는 25~29세가 34.8%로 가장 높았다.
또 청년 자살률은 지난해 10만 명당 24.4명으로 전년보다 1.3명 증가했다. 최근 10년 동안 자살률은 19~24세에서는 5.3명(12.4명→17.7명), 25~29세는 6.6명(19.9명→26.5명), 30~34세는 3.8명(24.7명→28.5명)씩 증가했다. 특히 남자는 10만 명당 29.5명으로 여자(18.8명)보다 1.5배 이상(+10.7명)이나 높았다.
이들의 미래 실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7.62%로 2년 전보다 2%포인트 증가했다. 30~34세는 9.42%로 연령집단 중 가장 높았다. 정세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통합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청년이 자신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고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의 조성이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 민주당서도 '쓴소리'
중앙 정치권에서도 '이대남 대 영포티'로 대표되는 세대 간 정치적 갈등을 해소해야 국가 미래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더불어민주당 내 소장파로 꼽히는 박용진 전 의원은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맘다니 뉴욕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의 대화에서 반박하지 않고 경청해 공약을 만들었다"며 4050세대가 주도하는 민주당이 '세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의원은 "'영포티 정치'는 2030세대가 기성세대를 향한 조롱의 표현이다. 젊은 척은 하지만, 사실 젊지 않다는 뜻이다. 말은 젊은 척하고 소통하는 척하는데, 실제로는 고집스럽고, 진보와 공정을 얘기하지만 진보적이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은 세대, 그런 정치 집단에 대한 비아냥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공정하고 기회균등 같은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우리 젊은 세대들이 볼 때는 쫓아가지 못한다"며 "미국 민주당도 '아르마니 좌파' 등 가질 건 다 갖고 누릴 건 다 누리면서 서민, 노동자, 인종차별 금지를 얘기한다는 조롱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전 의원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사이의 정치적 인식 차이나 갈등은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4050세대 자녀들이 20대다. 그들의 자녀들이고, 청년세대에 도전의 기회를 주고 미래의 성장 기반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은 4050세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기성세대를 대변하는 걸 넘어서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민주당이 얘기하는 공정과 상식, 정의의 실현을 보여주려면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역설했다.
◇ "운 좋은 세대의 '훈계'가 원인"
전문가들은 일부 진보 성향 기성세대의 '선민의식' 해소가 세대갈등 완화의 키로 보고 있다. 상대적인 우월감보다 후배인 넥스트포티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공감하는 게 첫 번째 단추라는 지적이다.김영익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는 "우리나라 세대 간 정치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부 86세대나 영포티 세대가 가지는 내로남불적인 태도와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반감"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 두 세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운이 좋고 풍요로웠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성장했으며, 취업 걱정이나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운이 좋았던 세대'로 평가받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제 와서 젊은 세대들에게 '너희는 노력이 부족하다', '근성이 없다'고 훈계하는 태도에 젊은 세대는 공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홍민성/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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