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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트윈, 기업 지속가능성 높인다

입력 2026-01-02 06:00  

[한경ESG] ETC - 메가폰











지속가능성은 기업이 생존을 위해 마주하는 현실적 과제다. 세계적으로 120개국 이상이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배출을 0(제로)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고, 한국 역시 이 흐름에 발맞춰 2030년부터 모든 상장사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실천 가능한 전략으로 내재화해야하는 시대의 흐름에 직면했다.

제조업처럼 자원과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산업일수록 단기적 개선이 아닌 구조적 전환이 요구된다. 효율적 에너지 사용, 공정의 탄소배출 감축, 폐기물 최소화 등은 더 이상 권장사항이 아닌 기업의 생존을 위한 조건이 되었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면서도 동시에 기술적·경제적 실익을 실현할 수 있는 해법 중 하나는 바로 ‘버추얼 트윈(Virtual Twin)’이다.

버추얼 트윈은 제품, 공정, 설비, 그리고 산업 전체를 실제와 동일한 디지털 환경으로 구현해 생산 이전 단계에서 모든 요소를 시뮬레이션하고 검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는 설계 오류나 공정의 병목 현상을 사전에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게 하며, 물리적 테스트에 비해 시간과 자원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무엇보다 반복 가능한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보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선택지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 실현의 핵심 도구로 주목받는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술의 가치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독일의 전기차 전문 기업 로딩 모빌리티(Roding Mobility)는 버추얼 트윈을 통해 실제 차량 대신 디지털 프로토타입으로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함으로써 차량 조립 시간을 약 30% 단축하고, 물리적 시제품 제작을 최소화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있다. 항공우주산업에서도 버추얼 트윈은 부품 수명 예측과 유지보수 최적화를 가능케 하며, 건설업에서는 공정별 시나리오를 미리 검토해 공사 기간과 자재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조선업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선박 설계부터 시운전까지 거치는 긴 주기와 대규모 자원이 투입되는 산업 특성상 초기 단계에서의 설계 오류가 막대한 비용과 시간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다멘 조선소, 중국 CSSC 장난 조선소 등이 버추얼 트윈을 통해 설계와 생산 과정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연료 효율 테스트나 추진 시스템 검증 등을 가상환경에서 선제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탄소배출 저감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버추얼 트윈이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방식은 명확하다. 환경(Environment) 측면에서는 시제품 제작 감소, 에너지 사용 절감, 탄소배출 최소화로 이어지며, 사회(Social) 측면에서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정 위험 요소와 근로자 피로도를 사전에 예측해 작업 환경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도 운영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기록·분석되어 ESG 공시에 대한 투명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이제 버추얼 트윈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산업의 운영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운영 시스템’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철강·자동차·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군은 디지털 기반의 지속가능한 제조 혁신을 위해 이 기술을 빠르게 도입 중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수율 개선과 불량률 저감을 위해 수천 가지 공정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버추얼 트윈 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조선업에서는 초기 설계부터 디지털 기반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선언이 아닌 실행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단순히 친환경 메시지를 내세우는 것을 넘어 기업은 실제 산업현장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도구와 전략을 갖춰야 한다. 버추얼 트윈은 그러한 실행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이다. 에너지, 자원, 인력의 흐름 전체를 재정의할 수 있는 역량은 기업의 미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국내 산업계 역시 이제는 규제 회피를 위한 수동적 ESG 대응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적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버추얼 트윈이 있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실행 수단이며, 그 수단을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만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자격을 갖게 될 것이다.

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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