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경북 구미 한화시스템 신사업장 제조동 1층. 글로벌 빅테크 연구소를 연상시키는 무진동 청정실에서 하얀 가운, 모자, 마스크를 쓴 연구원들이 바삐 장비를 조립하고 있었다. KF-21 전투기, 중고도 무인기, 소형 무장헬기 등에 장착되는 광학 장비와 조준경, 레이저 무기용 렌즈 등 ‘K방산의 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무진동 청정실은 약 1600㎡(500평) 규모로 이 공간내 진동은 거의 없고, 청정도는 1만 클래스 이하로 유지된다. 미세한 기울기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전자광학 제품 특성상, 바닥에 파일을 박고 대리석을 깔아 진동을 최소화한 뒤 조립실을 올렸다. 1만 클래스는 먼지 입자가 1입방피트당 1만 개 이하라는 의미다. 이 정도 규모와 기술을 갖춘 공간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한화시스템은 무진동 청정실을 포함해 각종 공정을 위한 제조동, 개발시험동, 연구동을 1~4층에 갖춘 구미 신사업장을 지난달 25일 준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총 2800억원을 투입했다.
제조동 1층 옆 공간에서는 'K방산' 대표 수출품인 천궁-II에 장착되는 다기능레이다(MFR)의 시험 공정이 진행중이었다. 최대 층고 20m로 설계된 조립·시험장에서는 대형 안테나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성능 검증을 받고 있었다. 이 공간은 자재 입고부터 조립, 시험, 정비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국내 최초 원스톱 생산라인으로, 공정 간 이동을 최소화해 물류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였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K방산 수출의 원조격인 K2 전차, K9자주포의 사격통제 시스템 등이 신사업장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구미 신사업장을 K방산 수출 확대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목표다. 한화시스템은 "구미사업장을 통해 2032년 매출 5조4000억원, 수출 비중 4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K방산 제2의 수출 붐을 뒷받침할 준비는 이미 마쳤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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