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이른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식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은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토의 판을 새로 짜다, 성장의 길을 다시 잇다'라는 주제로 열린 국토교통부·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새만금개발청 대상 업무보고에서 전세가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을 정부가 먼저 지급한 후 이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인데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은 무엇이냐"며 "결론적으로 묻고 싶은 것은 돈이 많이 들긴 할 텐데 정부가 선지급을 책임지고 구상권을 청구하자는 내용으로 입법하자고 했다가 당시 정부(윤석열 정부) 반대로 안 됐는데 지금은 어떤 상태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김 장관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편차가 심하다"라며 "최소한 30% 정도라도 보상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고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서 대기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저더러) 대통령이 됐더니 (전세사기 피해 관련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에 대해) 말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준비해서 별도로 보고하든지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선구제 후회수 방식은 쉽게 설명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관련 기관이 이들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먼저 사들여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뒤 해당 주택을 경매나 공매로 매각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강하게 추진했던 방안 중의 하나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이기도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형평성'입니다. 과거 법안이 추진될 당시 전세사기 뿐만 아니라 보이스피싱이나 다단계 등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다른 범죄 유형도 많은데 전세사기에만 정부가 일정 부분 피해를 변제해 주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사건사고에 공공이 직접 개입한 선례가 없는 만큼 앞으로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또 정부가 나서 피해를 해결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전세사기만 놓고 본다면 모든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세사기특별법의 지원대상인 전세사기피해자는 △전입신고·확정일자를 갖춘 경우 △임차보증금 5억원 이하 △다수 임차인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거나 예상되는 경우 △임대인이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 등을 모두 갖추고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의 결정을 거쳐야 합니다.
똑같이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봤다고 해도 특별법이 제시하는 요건을 모두 갖추면 구제 대상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각지대에 놓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자금입니다. 당시엔 관련 자금을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자"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해당 기금은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 등으로 조성되는 임대주택 공급, 신생아 특례대출,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에 사용합니다. 기금은 HUG가 보유한 여유자금이 아니라 결국 사회에 쓰여야 하는 자금이란 뜻입니다. 이런 자금을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사는 데 써도 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이 밖에도 HUG전세보증채권 회수율이 70%대로 개선됐지만 전부 회수되지 못했다는 점, 채권 평가를 평가할 합리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 등도 난제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이미 전세보증보험 등 안전핀을 활용하지 않는 피해자들에게도 유사한 지원이 이뤄지는 등 비용이 쓰이고 있는데 추가로 (자금이) 활용되는 것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통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관련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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