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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전이냐, 은퇴냐…커리어 갈림길에 선 '두 여제'

입력 2025-12-15 17:59   수정 2025-12-16 00:57

한때 세계 여자골프계를 흔들던 ‘남달라’ 박성현과 ‘핫식스’ 이정은이 커리어의 갈림길에 섰다. 주 무대로 활동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내년 시드를 확보하지 못하면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드도 만료된 상태라 두 명의 대형 스타가 골프팬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 끝내 부활 못한 두 여제
이정은은 지난 10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 매그놀리아 그로브에서 끝난 LPGA 퀄리파잉(Q)시리즈 최종전에서 합계 4오버파 286타로 공동 45위에 머물렀다. CME 랭킹 118위로 시즌을 마친 그는 Q시리즈에서 반전을 노렸지만 내년 시드 확보를 위한 상위 25위 진입에 실패했다. 엡손투어(2부) 출전권은 확보했다.

CME 랭킹 119위인 박성현은 Q시리즈에 출전조차 하지 않았다. “출전 신청 시기를 놓쳤다”는 게 박성현 측 설명이다. 국내 시드도 모두 만료됐기에 자연스레 은퇴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여자골프 역사에서 박성현과 이정은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KLPGA투어 10승을 채운 뒤 2017년 LPGA투어에 진출한 박성현은 데뷔 첫해 US여자오픈을 포함해 2승을 거두며 신인왕과 상금 1위,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다. 한 시즌 만에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고, 2018년에는 KPMG여자PGA챔피언십을 제패하며 메이저 2승을 완성했다. 폭발적인 장타력을 앞세운 그는 2019년까지 7승을 쓸어 담으며 세계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9년 말 얻은 어깨 부상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며 재기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18년 메이저 우승으로 얻은 5년 시드를 코로나19 특별 규정과 병가(2024년)로 올해까지 연장했지만 부활에 실패했다.

이정은도 누구보다 ‘뜨거운’ 활약을 남겼다. 2017년 KLPGA투어에서 4승을 거두며 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 사상 첫 6관왕을 달성했다. 2019년 LPGA투어 데뷔 첫해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핫식스’라는 별명을 세계에 각인시켰고 신인상까지 받았다.

2년차인 2020년 코로나19로 투어가 축소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데다 코치 없이 홀로 훈련하며 스윙이 흐트러졌다. 2021년 에비앙챔피언십 준우승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 “도전 계속” 이정은 “아직 미정” 박성현
문제는 두 스타의 다음 무대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박성현과 이정은 모두 KLPGA투어 시드가 만료된 상태다. 국내에서 뛰려면 주최사 초청을 받거나 드림투어(2부) 시드전부터 치러야 한다.

그나마 이정은은 내년 엡손투어 카테고리C 자격을 확보했다. 이정은 측 관계자는 “투어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선수의 의지가 강하다”며 “엡손투어를 비롯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닥부터 다시 도전해 부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박성현 측은 “선수와 상의한 뒤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골프계에서는 해외파 선수들이 국내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KLPGA는 ‘특별시드’ 대상자로 이소영 장수연 김지현 서연정 4명을 선정하고 내년 KLPGA투어 시드권을 줬다. 올해 처음 도입한 특별시드는 K-10클럽(10년 연속 활동) 또는 누적 상금 25억원 이상 요건 등을 충족한 선수 중 이사회가 성적, 기여도, 인지도 등을 종합 판단해 결정했다.

골프계 안팎에서는 특별시드 적용 범위를 해외에서 활약한 선수까지 넓혀야 했다는 아쉬움이 제기되고 있다. 한 골프단 관계자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여자골프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따지면 박성현 이정은을 빼놓을 수 없다”며 “이들의 티켓파워는 KLPGA투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시드는 국내 투어를 지탱해온 선수들에게 가는 것이 맞다는 반박도 나온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10년 이상 KLPGA투어 시드를 유지하고 꾸준히 활약한 공로를 인정해주는 것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투어 활동에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며 “해외파 선수 특별 대우가 국내 선수 홀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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