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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반복되는 정보유출, 과징금이란 쉬운 길 택한 정부

입력 2025-12-15 17:32   수정 2025-12-16 00:46

“어느 정도 수준의 징벌적 과징금은 무조건 필요합니다. 지금 일어나는 보안 사고들은 모두 인공지능(AI) 전환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진통을 겪는 구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15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총리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날 현장에선 과기정통부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매출의 3% 규모 과징금을 신설하기로 한 것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과징금 수위가 너무 센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배 부총리는 “과징금은 곧 정부가 기업들에 전하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답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 필요성은 올 상반기께부터 나왔다. SK텔레콤, KT 등 통신사들이 해킹 혹은 내부 실수로 잇따라 보안 사고를 일으키자 과기정통부 내에선 재발 방지를 위한 ‘방망이’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은 해킹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고, 보안 사고 발생 시 원인을 해결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문제는 대형 통신사조차 기본을 안 지키는 경우가 너무나 흔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더해 과기정통부도 채찍 하나쯤 필요하다는 논리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벌어진 과기정통부의 ‘급발진’에 정보통신업계는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았다’는 분위기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쿠팡 등 플랫폼 사업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징벌하겠다고 하면서 정보통신망법까지 고쳐가며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때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법을 개정한다면서 이렇다 할 공청회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과기정통부가 쿠팡 처벌 수위와 관련해 합리적인 ‘중심’을 잡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2일 개인정보위의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이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과징금 상향을 주문했다. 다량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플랫폼 등의 기업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더 정교해진 해커의 공격 앞에서 현재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라고 호소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5항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장관은 ‘해킹 등 침해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해놨다. 과기정통부가 쿠팡을 두둔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쿠팡 외 기업들을 잠재적인 범죄 기업으로 굳이 규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직 정보통신망법은 개정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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